현대중공업그룹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선박용 전기추진솔루션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29일 밝혔다. 선박용 전기추진솔루션은 자동차가 연료를 전기로 바꾸듯, 배의 연료 일부를 전기로 전환해주는 장치다.
회사는 이 친환경‧고성능 장치를 탑재한 선박을 성공적으로 만든 것을 기념해 이날 울산 동구 소재 현대미포조선에서 명명식을 열었다. 해운업계에선 완성된 배를 고객사에 건네줄 때 이름을 붙이는 행사를 연다. 이 배의 이름은 '울산태화호'다. 신기술을 적용한 이 배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책과제로, 울산시가 투자하고 현대중공업그룹과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이 기술개발을 통해 완성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전기추진 스마트선박'이다.
이 전기추진솔루션은 한국조선해양이 개발한 전기추진선의 핵심 설비다. 통상 배는 디젤 연료와 천연가스(LNG) 연료를 사용해 엔진으로 운항하는데, 이번에 만든 솔루션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연결해 동력이 하나 더 생겼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①엔진만 사용하거나 ②배터리만 돌려 운항하거나 또는 ③이 두 가지를 모두 활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저탄소·고효율 기술을 적용해 기존 디젤 엔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40% 줄였고, 에너지 소비도 최적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솔루션은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세계가전박람회(CES) 2023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글로벌 리서치기관인 스트레이츠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9억 달러(한화 6조 5,050억 원)규모였던 글로벌 전기추진선 시장은 2030년 127억 8,000만 달러(약 16조 9,650억 원)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전기추진솔루션을 적용한 선박을 만들 때 해외 업체의 기술을 활용했다"며 "그룹의 독자 기술로 개발한 이 기재를 적용해 해외에 지불하던 기술료를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서 회사는 8월과 10월 신기술을 적용한 울산태화호로 두 차례 바다에서 시운전을 했다. 시운전에선 이 솔루션이 기존 선박용 디젤 엔진보다 운항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40% 줄이고 연료 효율이 6% 개선됐다고 한다. 이는 자동차 100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수치다.
울산태화호는 최대 선속 16노트(시속 29.6㎞)로 운항이 가능한 2,700톤(t)급 선박이다. 울산시는 다음 달까지 시운전을 마치고 내년부터 기자재 실증 테스트와 교육, 관광 목적에 맞게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