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내부통제 부실 금융사고, CEO 최종책임 묻겠다"

입력
2022.11.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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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내부통제 개선 중간논의 결과
"CEO 책임 회피할 수 없다" 원칙 세워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부실로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고경영자(CEO)에 최종책임을 묻기로 했다. 불과 몇 해 전 라임·옵티머스 등 펀드 불완전판매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대규모 횡령·이상 외환거래 등 금융사고가 줄줄이 발생하자 경영진 책임을 강화해 사고를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2일 '금융권 내부통제 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논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내부통제 제도 개선'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금융위는 앞서 8월 금융감독원·외부 전문가 등과 TF를 꾸렸다. 금융사지배구조법 제정으로 2016년부터 부과된 내부통제 제도는 금융회사가 장래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스스로 마련하고 준수해야 하는 각종 기준과 절차를 뜻한다. 다만 금융회사들은 이를 여전히 비용으로만 인식하고 있고, 특히 제도 자체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조직의 수장인 CEO 등 경영진에 가장 큰 책임을 묻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조직문화와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통제권을 가진 CEO와 이사회, 관련 임원에 대해 내부통제 최종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에 금융위는 CEO가 내부통제 권한을 위임할 수는 있겠지만,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대원칙을 세웠다. 더 이상 "나는 몰랐다"는 발뺌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CEO를 내부통제 총괄책임자로 규정, 금융사고 방지 조치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소비자 피해가 큰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CEO가 예방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거나, 마련했더라도 이를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했다면 제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어 이사회에는 경영진의 내부통제 운영업무 감시·감독 의무가 부과되고, 임원들은 각 업무 영역별로 내부통제 관련 책무가 주어진다.

금융권에선 이번 금융위의 판단이 펀드 내부통제 미비로 제재를 받거나 제재를 받을 수 있는 금융권 CEO들을 향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금융위가 확정되지 않은 내부통제 제도 개선 방향을 중간발표 형식으로 발표하면서도 이를 소급 적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은 최근 드러난 금융권 대규모 횡령사고나 이상 외환거래 등을 타깃으로 했다는 얘기다. 실제 이날 소급 적용 가능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금융위 관계자는 "법령을 개정하기 이전에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서도 경우에 따라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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