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과 SK온이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부터 미국 조지아 신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SK온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는 2030년까지 약 83만 대 규모의 전기차 판매를 위해 대규모 공동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은 2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그룹 본사에서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체결식에는 김흥수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부사장), 최영찬 SK온 경영지원총괄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은 10년 이상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2010년 현대차의 첫 번째 전기차 '블루온'을 시작으로 기아 '레이EV', '쏘울EV', '니로EV' 등에 SK온(당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들어 있다. 또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첫 번째 배터리 공급사로 SK온을 선정, '아이오닉5', 'EV6', 'GV60' 등은 SK온 배터리를 싣고 있다. 또 내년 미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의 첫 번째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과 2024년 출시 예정인 현대차 '아이오닉7'에도 SK온 배터리가 들어간다.
이번 전략적 제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배터리 공급처를 확보하게 됐다.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 짓고 잇는 HMGMA는 2025년 상반기 준공,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SK온은 HMGMA에서 생산하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의 모든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도 훨씬 쉬워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과 SK온이 합작공장을 세울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①연간 9.8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SK온의 조지아 1공장은 전량 폭스바겐과 포드에 공급 중이다. 또 ②내년 상반기 가동을 시작하는 조지아 2공장(연 11.7GWh)의 공급처도 같다. ③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가 건설 중인 미국 켄터키주(연 86GWh)와 테네시주(연 42GWh) 공장도 2025년부터 포드에만 배터리를 댄다. 결국 현대차그룹 배터리 공급을 위한 새로운 공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미국에서만 83만 대의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한다. 이를 생산하기 위해선 연간 60GWh 규모의 배터리가 필요하다. 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10월 HMGMA 착공식 당시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인근 지역에 배터리셀 공장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흥수 부사장은 "이번 북미 지역 배터리 공급 협약으로 전기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사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바탕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영찬 총괄은 "양사 간 협력은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북미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과정에서 양사가 확고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