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양군 현북면 야산서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숨진 헬기에는 신고 인원보다 3명이 더 타고 있었지만, 사고 전까지 아무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 임차 헬기의 이륙 절차가 산림·소방 헬기에 비해 느슨해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지방항공청 양양공항출장소 등에 따르면, 사고 헬기(S-58T) 기장 A(71)씨전날 오전 8시 51분쯤 "정비사 1명과 오전 9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 산불계도 비행을 하겠다"고 양양공항출장소에 휴대폰으로 신고했다. 양양공항출장소는 기장 신고에 따라 2분 뒤인 오전 8시 53분쯤 관제시스템에 비행 계획을 입력했다. 헬기는 공항이 아닌 별도 계류장에서 이착륙하기 때문에 기장 신고로 비행 계획을 접수한다. 사고 헬기도 유선 통보만으로 이륙이 가능해, 당시 별도의 인원점검을 받을 필요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오전 10시 50분쯤 소방당국 등 관련 기관에서는 2명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구조작업에서 기장과 정비사 외에 부정비사(25)와 경기도에 주소를 둔 50대 여성 2명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지자체와 관련 기관은 계류장 폐쇄회로(CC)TV 확인 전까지 이들의 추가 탑승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운항 규정의 기본인 탑승자 확인 시스템이 가동되지 못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산림 및 소방당국이 운용하는 헬기와 달리 지자체 임차 헬기 운용이 느슨하다고 지적한다. 비행 경력 30년의 한 현직 조종사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헬기 탑승 전에 서약서를 받고 인원을 정확히 알리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절차"라며 "긴급상황이 아닌 계도 비행에 5명이 타는 건 흔치 않은 경우"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조사위)가 이날부터 가동됐지만 사고 헬기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되지 않아 원인 규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조사위는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아 부서진 헬기 잔해 위치와 잔해를 확인한 뒤, 기체 결함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당초 비행 계획과 달리 3명이 추가로 탑승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고 당일 탑승자들이 타고 온 차량을 조사한 경찰은 "지문감식 결과 헬기 탑승 여성 2명이 각각 56세와 53세 여성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긴급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