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모녀 살해 용의자 복용 약물…모녀 몸에서도 검출

입력
2022.11.28 15:30
수면제 등 3종 모두 일치...국과수 부검 확인
복용하던 약을 음료에 타 먹인 뒤 범행 추정

추석 연휴 부산에서 발생한 모녀 피살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복용했던 약물과 동일한 성분이 숨진 모녀의 몸에서 검출됐다.

28일 부산 부산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구속된 이웃 주민 A씨가 평소 병원에서 처방받았던 약물과 같은 성분이 숨진 모녀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과정에서 발견됐다.

A씨가 복용하던 약은 수면제와 소화제 등을 포함해 4종으로, 국과수 부검 결과 숨진 모녀의 몸에서 수면제 등 3종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모녀의 몸에서 소화제 성분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약품 분야 전문가는 “소화제 성분은 신체에서 분비되는 것과 비슷한 성분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어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자신이 복용하던 약을 음료에 타서 모녀에게 먹인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부검 결과 모녀의 사망 원인은 질식에 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복용하던 약 성분이 피해자들 몸에서 발견된 점과 A씨가 피해자 집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점을 근거로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피해자 집에서 귀금속 등이 사라진 점에 비춰, A씨가 금전적 이유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살인 혐의로 구속된 A씨를 상대로 추가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숨진 모녀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12일 낮 12시 49분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는 거실에서 피를 흘리며 숨져 있었으며, 딸은 방에 누운 채 숨져 있었다. 방에서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났다가 자연적으로 꺼졌다. 당시 다른 방에서 자고 있다가 일어난 아들이 이웃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 부산지법은 지난 25일 A씨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부산= 권경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