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상장폐지 기준 없어 구제 어려워... 금융당국 "연구하겠다"

입력
2022.11.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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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믹스 상장폐지 후폭풍

국내 주요 거래소들이 게임회사 위메이드의 암호화폐 ‘위믹스’를 상장폐지하기로 하고, 이후 위메이드가 법적 대응을 선언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입법 공백 속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 여지가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ㆍ닥사)의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 이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27일 “세계적으로도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법이 없는 상황이고 국내에서도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만들어져야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 법령이 생긴다면서도 “거래소 측 조치 이후 위메이드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만큼 제도적 개선 사항 여부를 연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24일 닥사는 위믹스의 유통량이 계획을 과도하게 초과했다며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에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이튿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도 업비트에 들어가면 유통 계획을 밝히지 않은 코인이 부지기수”라며 “이런 갑질과 불공정함을 두고 볼 수 없다. 법적으로 최선을 다해 바로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고됐지만, 지금으로선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불공정 거래 여부나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을 관리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루나ㆍ테라 사태 이후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를 중심으로 자율 규제 방안을 마련토록 했고, 닥사는 ‘거래지원(상장)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난달부터 각 사에 도입했다. 이번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 역시 당국 협의 없이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했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상장폐지 기준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다 해도 당장 가이드라인이나 권고안을 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직 글로벌 표준이 마련되지 않았고, 관련 입법 논의도 시작 단계이기 때문이다. 위믹스 상장폐지로 막대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피해 구제도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2만8,000원대에 거래됐던 위믹스의 가치는 상장폐지 결정 이후 500원대로 추락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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