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양군에서 산불 예찰활동을 벌이던 헬기가 이륙 80여분 만에 추락해 탑승자 5명이 숨졌다. 추락 원인 규명에 나선 경찰과 국토교통부는 이륙 신고 때보다 많은 인원이 탑승한 사실을 확인하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강원소방본부는 27일 오전 10시 50분쯤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의 한 야산에 헬기 1대가 추락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기장 A(71)씨와 정비사 B(54)씨 등 시신 5구를 수습했다. 당초 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조작업에 나선 소방당국이 현장에서 3구의 시신을 추가 발견했다.
추락 후 기체는 산산조각 나 불이 붙었고, 민가와 가까운 야산에도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소방 및 산림당국은 헬기와 진화차량, 인력 114명을 투입해 오전 11시 40분쯤 기체 화재와 산불을 진화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사고 당시 남동풍이 초속 1.2m로 바람의 영향을 크지 않았다. 25일부터 전날까지 강원지역에서는 초속 20~34m의 강풍이 발생해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헬기(S-58T)는 이날 산불 취약지를 살피는 예찰활동을 위해 오전 9시 30분쯤 속초시 노학동 옛 설악수련원에서 이륙했다. 앞서 오전 8시 51분쯤 기장 외 1명이 타겠다는 운항계획서를 서울지방항공청 양양공항출장소에 제출했다. 그러나 사고 현장에서 3명의 탑승자가 추가로 발견됐고, 경찰은 이날 계류장 폐쇄회로(CC)TV를 통해 헬기에 5명이 탑승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3명은 남성이고, 2명은 여성으로, 당국은 정확한 탑승 경위와 신원을 확인 중이다.
해당 기종은 산불 예방과 진화를 위해 속초시와 양양·고성군이 10억6,897만 원을 들여 전남 소재 T업체에서 임차했다. 담수용량 1,800ℓ로 계약기간은 다음달 30일까지였으며, 시코르스키사가 1975년 제작했다. 지난해까지 1962년 제작된 기종이 투입되다가 올해 해당 모델로 교체됐지만, 이마저도 47년된 헬기라 부품 노후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속초시 관계자는 "해당 기종이 대형 헬기처럼 20분 이상 엔진 예열이 필요하지 않아 출동시간이 단축되는 점을 고려해 임차했다"며 "2019년부터 현장에 투입돼 지역 기상과 지형 등을 상세히 파악하고 여러 현장에서 역량이 증명됐다"고 임차 이유를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사고 소식을 보고 받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가족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고 산림청과 지자체에 지시했다. 또 "겨울철 산불 예방 활동을 실시하면서 민간 임대를 포함해 헬기 사용 시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강조했다. 김진태 강원지사도 사고 이후 강원소방본부 상황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받고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와 사고 원인 파악 등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