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 혈압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혈관이 분포한 신체 부위에도 영향을 준다. 이 가운데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이 바로 ‘눈 건강’이다.
흔히 우리 눈을 카메라에 비유하는데, 망막은 카메라에 빛이 들어와 상(像)이 맺히는 필름에 해당된다. 즉 망막은 눈으로 보는 물체나 글자의 상을 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망막은 시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눈의 신경조직이다. 망막은 망막 동맥과 정맥으로 피를 공급받고 내보내는데, 여러 가지 원인으로 두 혈관이 막히면(망막혈관폐쇄) 시력에 문제가 생기고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망막혈관폐쇄는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졸중과 발병 메커니즘이 비슷해 ‘눈 중풍’으로 불린다.
망막혈관폐쇄 환자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망막혈관폐쇄증으로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가 2017년 6만311명에서 2021년 7만5,000명으로 5년 새 24% 증가했다. 하지만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어 환자 대부분이 치료 시기를 놓친다. 병이 어느 정도 진행돼야 시야가 흐릿해지거나 눈앞에 검은 반점이 떠다니는(비문증)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망막혈관폐쇄는 동맥경화나 혈전으로 발생할 때가 많다.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ㆍ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고위험군인 까닭이다. 실제 고혈압은 망막 중심동맥폐쇄 환자의 70%, 당뇨병의 경우 25% 정도에서 발견되며 망막혈관폐쇄 환자의 절반가량은 구조적으로 심장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막혈관폐쇄증의 가장 위험한 유형은 망막 내 중심 동맥이 막히는 망막중심동맥폐쇄증이다. 발생 직후 2시간 내에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응급 눈 질환이다. 폐쇄 정도에 따라 초기 자각 증상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서운 병으로 꼽힌다.
‘망막동맥폐쇄’라면 아프지 않고 시력이 갑자기 크게 떨어진다. 이때 몇 시간 이내 안압을 낮추는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시력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
‘망막정맥폐쇄’는 망막동맥폐쇄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 시력이 떨어지고 시야가 흐려지는 것이 특징이다. 망막 정맥이 막혀 피가 혈관을 통과할 수 없으면 미세 혈관이 울혈되고 터지면서 망막 출혈과 부종이 발생한다. 이때 망막이 심하게 손상된다. 특히 시력에 중심 역할을 담당하는 망막 속 황반에 부종이 생기면 시력이 심하게 저하된다.
이처럼 망막혈관폐쇄는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유리체 출혈이나 황반변성, 신생 혈관 녹내장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망막에 출혈이 일어나 유리체 속으로 스며들거나 유리체에 자라난 혈관이 출혈을 일으키는 유리체 출혈은 급격히 시력을 떨어뜨리기에 신속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흔히 유리체 출혈을 당뇨병과 연관시키지만 망막혈관폐쇄도 유리체 출혈의 주원인의 하나다.
강승범 은평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망막 출혈과 망막 부종이 호전된다 해도 수년 뒤 혈관 폐쇄 부위에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이 발생해 유리체 출혈이 발생하는데 이 경우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망막혈관폐쇄를 예방하려면 평소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금연ㆍ금주해야 한다. 특히 50대가 넘으면 1년에 한 번 이상 안과에서 정기검진을 해야 한다.
또한 평소 눈에 좋은 루테인과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루테인이 풍부한 식품은 시금치ㆍ케일ㆍ순무 등 짙은 녹색 채소가 있고,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토마토ㆍ당근ㆍ해조류 등이다. 비타민 E도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기에 챙겨 먹으면 좋다.
최은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혈액 순환제나 혈전 용해제 복용이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항응고제로 많이 쓰이는 ‘노악(NOAC)’은 망막혈관폐쇄 위험을 낮추지 못하는 것으로 정유리 아주대병원 안과 교수 등의 연구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