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블랙박스] 우루과이전 선전의 원동력은 전방압박과 협력수비

입력
2022.11.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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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전 축구대표팀 감독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 그중에서도 첫 경기는 누구에게나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24일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첫 등장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선전했다. 선수들의 간절함이 지구 반대편까지 느껴진 경기였다.

이날 가장 빛났던 모습은 벤투호의 전방압박과 협력수비였다. 전반적으로 대표팀은 모든 선수들이 전방압박을 가했다가 물러나는 형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세부적으로는 상대 선수가 공을 잡으면 앞 선에서부터 압박을 가했고, 이를 뚫어내면 두 명의 선수가 협력수비를 들어가며 상대를 당황시켰다. 특히 대표팀은 기존에 많이 선보였던 4-1-2-3 전술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수비 시에는 4-4-2로 대형을 바꿔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선발로 나선 나상호와 김문환은 이날 본인들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나상호는 공격 시에는 저돌적인 돌파를 보여줬고, 공수 전환 상황에서는 앞 선에서부터 강하게 상대를 압박했다. 김문환은 최근 많이 거론된 대표팀 오른쪽 풀백 포지션에 대한 불안함을 불식시킬 만큼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무실점에 기여했다.

교체 타이밍도 적절했다. 선수들이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가하느라 상당히 많이 뛰었는데,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특히 이강인은 1년 8개월 만에 A매치 경기를 치렀는데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다음 출전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자신감이 붙었을 것으로 본다.

역할별로 나눠서 보면 중원의 이재성 정우영 황인범은 이날 열심히 뛰며 협력수비와 커버플레이를 완벽하게 해냈다. 전혀 나무랄 데 없는 경기력이었다. 수비진 역시 우루과이를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본인들의 역할을 잘 해줬다. 수비수들이 상대보다 1.5배 이상 더 많이 뛰어준 것이 우루과이에 밀리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우루과이가 이날 패스를 돌리다 반대편 뒷공간으로 공을 때려 넣는 다소 단조로운 플레이를 했는데, 이를 예측하고 역습의 발판으로 삼았다면 더 좋은 경기력이 나왔을 것이란 점이다.

공격진은 비록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수비와 공격을 병행하는 것과 공격에만 힘을 쏟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격진이 앞에서부터 전방압박과 협력수비를 하며 많이 뛰어줬기 때문에 무실점이 가능했다.

이날 대표팀의 또 다른 특징은 공격 상황에서 선보인 ‘롱 볼’이었다. 벤투호는 그 동안 수비진영에서부터 공격을 만들어가는 빌드업 축구를 주로 선보였는데, 이날은 이런 부분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골키퍼가 안전하게 공을 멀리 보내놓고 필드선수들이 세컨드 볼을 쟁취하려는 모습이 상당히 보기 좋았다. 대표팀 공격에 필요한 전술이다. 다만 골을 넣기 위해서는 앞으로 공격수들이 좀 더 과감해져야 한다. 특히 황의조가 마무리를 잘 해줘야 남은 월드컵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신태용 전 축구대표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