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훈(68) 전 국가안보실장을 불러 조사했다. 서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대북·안보라인 최고 책임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24일 서 전 실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을 상대로 2020년 9월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판단한 이유를 물었으며, 국방부 등에 이대준씨 관련 군 기밀 첩보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는지 캐물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이대준씨 사망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 주목한다. 검찰은 회의가 끝난 뒤 이씨의 '자진 월북'으로 대응키로 한 정부 차원의 방침이 나왔고, 관계부처에서 이와 배치되는 정보는 왜곡하고 은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과 감사원은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이 국가안보실 방침에 따라 이씨 사망 경위와 관련한 군사 기밀 60건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 지시를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 전 장관은 국방부 보고서에 이씨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담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이씨 사건 수사 책임자였던 김홍희 당시 해양경찰청장 역시 안보실 지침에 맞춰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실험 결과 왜곡을 통해 이씨가 월북했다는 수사 결과 발표를 지시한 혐의가 있다.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은 지난달 22일 구속됐다가 구속 타당성을 다시 판단받는 구속적부심을 청구해 이달 8일 석방됐다. 검찰은 이후 서 전 실장을 보좌한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이달 16일부터 사흘간 조사했다.
서 전 실장은 이날 '월북몰이' 혐의를 부인했다. 서 전 실장은 지난달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어떤 근거도 제시 못 하면서 월복몰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도 없는 마구잡이식 보복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서 전 실장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서도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국정원은 서 전 실장을 정부 합동조사를 조기에 종료시키고 보고서에 '귀순' 표현을 삭제하도록 한 혐의(국정원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등)로 고발했다.
검찰은 조만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소환할 예정이다. 박 전 원장은 청와대 방침에 따라 국정원이 생산한 이씨 첩보 관련 보고서 46건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