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수원 세 모녀' 같은 사례를 사전에 찾아내기 위해 앞으로 복지당국이 행정안전부, 통신사가 보유한 연락처 등의 정보를 제공받아 대응에 나선다. 위기가구의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정보를 추가로 확보하고, '국가 고독사 위기대응 시스템'도 구축한다.
보건복지부는 24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8월 숨진 채 발견된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 드러난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것이다. 수원 세 모녀는 질병과 빚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며 건강보험료까지 체납했지만 주소지인 경기 화성시가 아닌 수원시에서 거주한 데다 연락처가 없어 사회복지시스템이 포착하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9월 전담팀을 꾸려 문제점을 진단한 뒤 복지 전문가와 종사자 의견 수렴, 지자체 협의를 거쳐 위기가구를 발굴해 소재를 정확히 파악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우선 사회보장급여법과 주민등록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년 말까지 행정안전부와 통신사가 보유한 다가구주택 등 동‧호수와 연락처 정보를 연계하기로 했다. 복지담당 공무원이 위기가구를 정확히 찾아내 지원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전입신고서 서식을 개정해 세대주뿐 아니라 세대원 연락처도 입수할 수 있도록 하고 주민등록 사실조사 때 위기가구 발굴도 병행한다.
단전‧단수‧건보료 체납 등 현재 34종인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의 위기정보에 이달 중 중증질환 산정특례·요양급여 장기 미청구 등 5종을 추가한다. 수원 세 모녀의 건보료 체납 정보는 시스템에 잡혔으나 중증질환 정보는 복지당국이 파악하지 못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 채무조정 중지, 고용단절 및 실업, 가스요금 체납 정보 등 5종을 더 늘린다. 위기정보 입수 주기도 기존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대상자 발굴은 기존 개인과 저소득층 중심에서 세대단위, 생애주기별로 다양화한다.
긴급한 경우 경찰·소방 협조를 얻어 신속하게 집 문을 여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달 서울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지 1년 만에 발견된 탈북민은 사전에 위기가 감지됐지만 명도소송 승소 뒤에야 문을 열어 사망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는 연말까지 강제 개문(開門) 협조요청 절차와 손실보상 등 관련 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강제로 문을 열때 재산상 손실이 발생하면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사업예산 등을 활용한 보상 방안도 마련한다.
또한 수원 세 모녀처럼 중증질환을 앓는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내년 6월까지 병원 의료사회복지사 배치 확대와 연구용역도 추진한다. 전 국민 대상 복지위기 알림‧신고체계 구축을 위해 모바일 앱도 개발한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고독사 예방‧관리체계를 구축한다. 곧 완료되는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내에 향후 5년간의 고독사 정책 추진과제를 담은 고독사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보연계, 민관협력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위기가구를 찾아 지원하고 보장성을 강화해 보다 촘촘하고 세심한 약자복지 정책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