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난이도 최상" 증권사도 혀 찼다... 개미들 겨울잠도 길어진다

입력
2022.11.23 18:00
코스피 거래대금 7조 원대로 줄어
증시 대기자금도 코로나 전으로
"내년도 박스권 흐름 계속될 것"

"주가는 2,400선을 지키는데, 거래가 안 붙으니 시장 난이도는 최상(最上)인 것 같네요."

요새 주식시장 분위기를 두고 나온 한 증권사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 올 들어 증시 거래대금이 눈에 띄게 줄면서 최근 코스피는 별다른 호재 없이 등락을 거듭 중이다. 주가가 반등하나 싶다가도 이내 고꾸라지는 '뒷심' 부족을 드러내자 일찌감치 짐을 싼 개미들의 겨울잠도 길어질 분위기다.

23일 코스피 거래대금은 약 7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거래 한파는 올해 중순 들어 본격화했다. 올 초만 해도 10조 원대를 웃돌던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5월(약 9조6,000억 원)을 기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더니, 지난달 7조6,000억 원까지 줄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시대가 막을 올리며 글로벌 증시가 줄줄이 무너진 시기와 맞물린다.

잠재적 거래대금 유입원이라 볼 수 있는 투자자 예탁금은 사실상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21일 기준 48조4,1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투자자 예탁금이 가장 많았던 1월 27일(75조1,000억 원)과 비교하면 27조 원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 30조 원을 밑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적은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당시와 비교해 주식계좌 수가 3배가량 늘어난 만큼 "계좌당 고객 예탁금은 사실상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는 게 증권가 설명이다. 현재 주식 거래 활동계좌 수는 6,350만 개에 달한다.

통상 주가 하락 국면에선 거래대금 감소를 주가 바닥의 신호로 본다. 거래가 적다는 건 따라붙는 매수세도 적지만, 현재 가격에서 매도하려는 투자자도 적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달 들어 코스피는 2,400선을 중심으로 이렇다 할 추세적 방향성조차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날도 코스피는 간밤 뉴욕 증시가 1%대 상승한 영향을 받아 장 초반 1% 가까이 반등했지만, 뒷심 부족에 0.53% 상승한 2,418.01에 마감했다.

시장은 실물 경기 둔화를 본격 반영할 내년 역시 주가 동력을 찾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코스피 전망을 2,050~2,600으로 제시하면서 "기업 실적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추세적 상승보다 박스권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NH투자증권은 내년 단기 자금시장 유동성 경색 이슈 재발 가능성 등을 위험 요인으로 꼽으면서 코스피 전망을 2,200~2,750으로 내다봤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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