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아파트, 내년 보유세 445만 원→361만 원... 최대 30% 인하

입력
2022.11.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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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동산 보유세 완화 방안 발표
"내년 보유세 2020년 수준으로 낮춘다"
법 개정 불필요, 바로 시행… 체감도 클 듯

정부가 내년도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춘다.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올해보다 많게는 3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공시가격 낮추고 재산세 한 번 더 낮추고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는 23일 '법률 개정 없이 바로 시행 가능한' 보유세 완화 방안 두 가지를 발표했다. ①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현실화율(시세반영율)을 공시가격 급등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다. ②올해만 잠깐 내린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할인율·60%→45%)을 내년에 더 낮은 수준(최대 40%)으로 낮춘다.

①은 부동산 세금의 잣대인 공시가격을 내리기 위한 조치다. 공시가격은 부동산원이 산정한 시세에 현실화율을 곱해 산출한 뒤 정부가 매년 1월 1일 고시한다. 집값 하락 추세라 현실화율까지 낮추면 공시가격을 더 큰 폭으로 내릴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내년 평균 72.7%로 예정됐던 아파트 공시가 현실화율을 69%로 낮추기로 했다. 부동산원 시세로 따지면 9억 원 미만 68.1%, 9억~15억 원 이하 69.2%, 15억 원 이상은 75.3%로 정한 것이다. 고가 아파트일수록 공시가격 하락폭이 커 그만큼 납세자의 체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②는 정부가 시행령만 고치면 되는 추가 완화 조치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과표)을 낮춰 주는 역할이라 낮을수록 세 부담이 줄어든다. 정부는 내년도 공시가격 하락 효과를 반영해 내년 4월쯤 구체적 인하율을 발표할 예정이다.

①, ②의 보유세 완화 효과는 세금 산정 방식을 알면 명확해진다. 부동산 보유세는 공시가격에서 각종 공제금액을 빼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나온 과표에 법정세율을 적용해 산출한다. 공제금액과 할인율이 같다고 가정하면 ①이 산출 세액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여기에 ②가 더해지면 세 부담은 더 낮아진다.

부동산 보유세의 또 다른 축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완화 방안은 정부 법안이 7월에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다주택자 중과 폐지, 1주택자 기본 공제금액 상향(11억→12억 원)이 골자다. 곧바로 시행되는 ①+②에 더해 내년 11월 종부세 고지서 발송 전까지 정부 법안이 통과되면 보유세 인하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세 부담 얼마나 줄어드나

한국일보는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에게 보유세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시뮬레이션을 의뢰했다. 인하 효과(표 참조)는 뚜렷했다.

예컨대 서울 왕십리 텐즈힐 아파트(전용면적 84㎡)의 올해 공시가격은 12억7,200만 원(현재 시세 15억4,000만 원)이다. 올해 부동산 보유세는 총 350만 원으로 추산된다.

내년엔 어떨까. 집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지만 만약 기존 현실화율(78%)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내년도 공시가격은 올해보다 5% 하락한 12억200만 원 수준이다. 보유세는 311만 원으로 올해보다 11% 줄어든다.

하지만 ①이 시행되면 내년 공시가격은 10억6,500만 원으로 올해보다 16% 줄어들게 된다. 공시가격이 11억 원 밑이라 종부세는 아예 부과되지 않고 재산세로 244만 원만 내면 된다. 공시가격 급등 전인 2020년(255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 되는 것이다.

1주택자가 보유한 17억 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제도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집값 하락에도 내년엔 올해(412만 원)보다 8% 많은 445만 원의 보유세가 부과된다. 반면 제도가 바뀌면 내년도 보유세는 361만 원으로 올해보다 12% 줄어들게 된다. 재산세 공정가액비율이 최대 한도인 40%까지 낮아지면 보유세 인하폭은 더 커진다.

우 팀장은 "9억 원 미만 아파트는 현실화율 인하폭이 낮긴 하지만 그럼에도 보유세 부담이 전반적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