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을 할 수 있게 됐다. 허가 권한을 가진 서울시가 22일 사용 신청을 승인했다. 최대 1만 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한 서울시는 안전관리 인력을 확충하고 대중교통을 증편하기로 했다. 하지만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발생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응원전이 펼쳐지는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시 광화문광장 자문단은 이날 '종로구의 안전관리계획 심사결과 및 자문결과 준수'를 조건으로 붉은악마의 광화문광장 사용허가 신청을 허가했다. 앞서 붉은악마는 월드컵 예선 1~3차전이 열리는 이달 24일과 28일, 다음달 3일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전을 펼치기 위해 시에 사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전날까지 거리응원전 개최는 불투명했다. 종로구 안전관리계획 심의위원회는 붉은악마 측의 거리응원 계획에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예상 운집 규모(1만 명) 대비 부족한 안전관리 인력(약 170명) △소방도로 미확보 △1만 명 이상 운집 시 안전대책 미비 등이 이유였다. 서울시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 신청 규정에 따르면 1,00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는 자치구 안전관리계획서 심사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붉은악마는 이날 오전 재심의를 신청하면서 '안전관리 인력을 340명으로 증원하고 광장 측 한 개 차선을 소방도로로 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만 명 이상 모일 경우엔 'KT광화문지사 쪽 인도로 인파 분산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수정안을 토대로 종로구는 ‘발전차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책을 마련하고 간이화장실 안전요원을 추가로 배치하라’는 의견 등을 달아 ‘조건부 동의’로 통과시켰다.
서울시도 현장에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시설물 및 인근 역사 안전관리, 비상상황 대응, 교통·안전·구급 사항 안내 등에 서울시 및 자치구, 산하기관 등 인력 276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소방 협조를 받아 현장 인파 상황관리와 교통 통제, 응급 구조 지원체계 및 비상연락체계도 구축한다.
대중교통 운영체계도 변화를 준다. 버스는 24, 28일엔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내달 3일엔 전날 오후 8시부터 당일 오전 2시까지 세종문화회관 정류소 경유 노선을 무정차 통과한다. 24, 28일 광화문 경유 46개 시내버스 노선 막차시간은 광화문 출발 기준 다음날 밤12시 30분으로 연장하고, 내달 3일엔 심야버스 14개 전 노선이 오전 2~3시 사이 집중 배차된다.
지하철은 1, 2차전엔 서울지하철 2·3·5호선을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1시까지 상·하선 각 2회 총 12회 증차한다. 3차전엔 오전 1~3시 상·하선 각 5회씩 늘려 총 30회를 증차하고, 막차시간도 종착역 도착기준 오전 3시로 연장한다.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광화문 일대에서 공공자전거와 개인형이동장치(PM) 대여가 제한된다.
안전대책과 별개로 이태원 참사 발생 한 달도 안돼 대규모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 4일 대한축구협회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거리응원을 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리응원 계획을 취소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붉은악마가 아이돌 공연과 큰 소리가 나는 응원도구는 자제하는 등 축제가 아닌 응원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한 점을 위원회가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문단에서도 사회적 추모 분위기를 감안해 과도한 음주나 응원은 자제 해달라는 조건을 덧붙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