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1871조... 한은, "대체로 안정적 흐름"

입력
2022.11.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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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은행 대신 보험사 대출 증가
소비 늘며 판매신용 2.5조 늘어
"정부 규제 완화, 대출 연착륙 관건"

우리나라 가계빚 규모가 1,870조 원을 넘어섰다. 대출금리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올 3분기 들어 가계대출은 소폭 줄어든 반면, 소비가 늘면서 신용카드 사용액 등이 증가한 결과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올해 3분기 가계신용(잠정치)을 보면, 3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70조6,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2조2,000억 원 늘었다. 가계신용은 금융회사가 내준 가계대출에 신용카드 할부액 등 판매신용을 합친 것으로, 대표적인 가계부채 지표다. 통상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가계신용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3분기 가계대출은 전 분기보다 3,000억 원 줄었다. 일단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폭(+6조5,000억 원)이 직전 분기(+8조7,000억 원)보다 크게 줄었다. 주택매매 거래가 부진한 탓인데, 다만 집단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수요가 꾸준해 전체 주담대 증가세는 이어졌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신용대출 같은 기타대출은 대출금리 상승 영향으로 6조8,000억 원 줄었다.

대출을 내준 기관별로 보면 보험사나 증권사 같은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2조8,000억 원으로 전 분기(+1,000억 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예금은행의 대출액이 2조5,000억 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한은은 "기타금융기관의 경우 정책모기지 등 주담대 증가폭은 줄었지만, 기타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보험사는 보험약관대출이 늘고 증권사의 경우 신용공여 감소폭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나 백화점, 자동차 회사 등 판매사와의 외상(신용)거래를 의미하는 판매신용은 2조5,000억 원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 증가세와 맞물린 결과다. 직전 분기(+4조7,000억 원)보다 증가액은 줄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판매신용은 13조2,000억 원 늘었다.

한은은 2020년 이후 저금리를 실탄 삼아 폭증했던 가계신용이 올해 들어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향후 연착륙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대출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주요 대출 규제가 유지되고 있지만, 정부가 일부 주담대 규제를 풀고 은행이 대출 태도를 완화하고 있어 대출 증감 요인이 혼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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