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잉글랜드 그리고 브라질은 다른 팀보다 조금 더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르헨티나와의 마지막 춤을 준비하는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는 아직 프랑스 신문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다. 프랑스 최대 스포츠 일간지 레키프는 16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표팀 소식을 전하며 “잇따른 참사는 어디에서 끝날까?”라고 썼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는 이렇게 우승과 참사 사이에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화려함과 부상이 공존한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이끈 디디에 데샹 감독과 주축 선수가 건재한 데다 2022년 발롱도르 수상자 카림 벤제마(레알마드리드)까지 합류했다. 지난 대회 결승전에서 두 골을 넣은 킬리앙 음바페(파리생제르맹)는 세계 최고 몸값 선수다.
그런데 부상자 명단도 찬란하다는 게 문제다. 우승컵을 들어 올린 미드필더 듀오 은골로 캉테(첼시)와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우승을 맛본 중앙 수비수 프르스넬 킴펨베(파리생제르맹)는 아킬레스건 부상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월드컵 불참을 선언했다. 2022~23시즌 분데스리가 13라운드까지 득점 선두였던 크리스토퍼 은쿤쿠(레드불 잘츠부르크)는 15일 훈련 중 부상을 당해 대표팀 캠프를 떠났다.
이 정도에서 그쳤다면 '참사'라는 단어는 과할 수 있다. 벤제마가 19일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월드컵 참가를 포기했다. 그는 대표팀 합류 전 리그 네 경기에 결장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벤제마는 “이제 괜찮다. 당시 작은 통증이 있었는데 근육 파열이나 큰 부상은 아니었다. 뛸 수 있었으나 100%가 아니었을 뿐이다”라고 말했지만 진단 결과가 나오자 백기를 들었다.
불행 중 다행일까? 데샹 감독은 이미 공격수를 보강했다. 당초 엔트리에 25명만 채웠으나 막판에 공격수 마르퀴스 튀랑(보루시아묀헨글라트바흐)을 추가했다. 데샹 감독은 튀랑 선발에 대해 “벤제마나 다른 공격수와 관련 없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튀랑은 현재 분데스리가 득점 2위를 달리고, 합류 전 마지막 경기에서도 골을 넣었다.
중앙 수비수 라파엘 바란(맨체스터유나이티드)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100%가 아니다. 이쯤 되면 리오넬 메시는 우승국 예측을 새로 해야 할 정도다.
부상은 다른 문제도 불러왔다. 은쿤쿠가 부상당할 때 경합했던 에두아르도 카마빙가(레알마드리드)는 SNS를 통해 수많은 인종차별 메시지를 받았다. 카마빙가는 2002년에 태어난 젊은 선수다. 그는 은쿤쿠가 절뚝거리며 훈련장을 빠져나갈 때 미안함을 표현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욕설 메시지까지 받으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가능성이 크다. 은쿤쿠도 카마빙가가 받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큰 유감을 표했다.
‘우승국의 저주’가 떠오른다. 월드컵을 들어올린 나라는 다음 대회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챔피언 프랑스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지 못하고 일찌감치 짐을 쌌다. 2006 독일 월드컵(이탈리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스페인), 2014 브라질 월드컵(독일) 챔피언도 프랑스와 같은 운명이었다. 역사적으로도 2연패를 달성한 팀은 이탈리아(1934·1938)와 브라질(1958·1962)뿐이다.
러시아에서 환희를 맛봤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4월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음바페에게 전화를 걸어 이적을 만류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한다. 프랑스 대통령궁(엘리제)은 "마크롱 대통령이 카타르를 방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 프랑스가 준결승에 진출했을 때다. 그들은 과연 줄부상 악재를 극복하고 대통령을 도하로 초대할 수 있을까?
류청 '히든K'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