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제도는 기본적으로 다(多)주택 보유자에게 모진 구조다. 더 많은 세금을 물리고, 납부 연기 같은 혜택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집이 여러 채라고 전부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정을 살펴, 정부가 다주택 상황이 일시적이라 판단되면 1주택자와 차별하지 않기로 했다. 팔 집과 받은 집, 싼 집은 당분간 세금이 더 붙는 추가 주택으로 간주하지 않는 방식이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주택 수 제외 특례 적용 대상자는 올해 종부세 납부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납부 기한(12월 15일) 사흘 전까지 관할 세무서장이나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그러면 세무서장이 기한 전에 허가 여부를 통지한다.
원래 종부세 납부 유예 신청의 기본 조건은 ‘1가구 1주택’이다. 여기에 △만 60세 이상이거나 해당 주택 5년 이상 보유 △총급여 7,000만 원(종합소득금액 6,000만 원) 이하 △종부세액 100만 원 초과 등 추가 요건이 보태진다. 고령 또는 장기 보유 1주택자에 한해 자금 여력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 준다는 취지다. 2주택자한테는 애초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사나 상속 등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사람에게는 필요 없는 주택을 처분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1가구 1주택자 자격을 부여한다는 게 올해 개정된 세법 내용이다. 이사할 새집을 샀는데 미처 팔지 못한 옛집의 경우 신규 주택 취득 뒤 2년, 상속받은 집은 상속 이후 5년까지 일단 보유 주택으로 여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1주택 가구로 인정되면 다주택자 중과세율(1.2~6.0%) 대신 기본세율(0.6~3.0%)을 적용받을 수 있고, 기본 공제금액도 6억 원에서 11억 원까지 늘어난다. 다만 주택 처분 때는 납부 대상 세금에 ‘국세환급가산금’ 이자(연 1.2%)를 더한 금액을 내야 한다.
특례 원칙만 어기지 않으면 1주택자 인정 조건은 관대하다. 이사 갈 집이 서울에 있는 아주 비싼 주택이어도 기간 내에 기존 주택을 팔면 상관없고, 몇 채가 되든 상속 주택은 5년간 주택 수에 산입되지 않는다. 저가 주택(공시가 수도권 6억, 비수도권 3억 원 이하) 또는 지분 일부(40% 이하)를 상속받은 경우에는 아예 기간 제한이 없다. 이외에도 추가 보유 주택이 공시가가 3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지방 저가 주택이면 1채까지 주택 수에서 빼 준다.
양도소득세로 범위를 넓히면 특례 대상은 더 늘어난다. 임대 주택까지 제외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생기면서다. 원칙적으로 1주택을 양도하기 전에 다른 주택을 대체 취득하거나 상속, 동거 봉양, 결혼 등으로 2주택 이상을 보유하게 된 일시적 2주택자의 경우 양도세를 매기지 않는데, 이 비과세 혜택은 임대 주택 해당 요건이 충족되면 중복 적용이 가능하다. 가령 장기 임대 주택 2채를 보유한 일시적 2주택자라면 거주 주택 취득일로부터 1년 이상 지난 뒤 새 주택을 취득하고 새 주택 취득일로부터 3년 내에 거주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주택 4채를 갖고 있어도 세법상으로는 1주택자가 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주택분 종부세 과세 대상이 120만 명가량으로 추정되고, 종부세 고지는 22일쯤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