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후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부쩍 조용해졌다. 주요 사안에 대해 활발히 의논하며 시끌했던 과거의 의총장 분위기가 아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 이 대표에 대한 비토로 비칠까 봐 일부러 말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사불란한 대여전선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가다간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질까 걱정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이 대표와 당 소속 상임위원장단 오찬 자리에서 한 의원이 "상황이 어려울수록 의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야 한다"며 "의총에서 최고위원 발언을 제한하고 지도부가 아닌 의원들이 더 얘기를 해야 한다"는 건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의총이 지도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장으로 전락했다는 불만이 조금씩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전날 의총에서는 박찬대 최고위원이 대장동 사건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설명하고, 정청래 최고위원, 김의겸 대변인이 연달아 관련 발언에 나섰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정책 의총'이라는 주제와 벗어난 내용에 대한 불쾌감을 표하고 "의원들 보고 토론하라더니 최고위원과 당직 의원이 더 길게 설명하느냐"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의총에서는 당 지도부가 감사원법 개정안을 포함해 법안을 5개나 당론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히자 공개 항의가 제기됐다. 당시 일부 의원들은 "당론법을 이렇게 남발하냐"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다음날 지도부는 의총을 다시 열어 5개 법안을 모두 당론으로 채택했다.
민주당 의총은 원래 보수정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한 의원 간 자유토론이 강점이었다. 의총에서 당 지도부 의견이 뒤집힌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과거에는 의원들이 할 말이 있으면 다 하면서 민주적으로 의총이 진행됐다"며 "지도부 방침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국민의힘과 차이점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했을 때도 당 지도부는 단독 처리를 하자는 입장이었지만, 본회의 전날 열린 의총에서 여러 의원들이 신중론을 제기하며 막판에 뒤집혔다.
의총 분위기가 바뀐 원인으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보는 해석이 많다. 비이재명계 한 의원은 "최근 검찰 수사가 모두 이 대표와 연관돼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면 이 대표를 비토하고 공격하는 걸로 비칠 수 있어 말을 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원은 "전당대회 전까지만 하더라도 당대표 선출방식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이 활발했다"며 "친이재명계가 지도부를 장악한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