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유제품 관련 글로벌 기업 15곳이 배출하는 연간 탄소배출량이 유럽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기업들이 사육하는 가축의 배설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열을 흡수해 지구 가열을 부채질한다.
이집트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서 14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농업무역정책연구소(IATA)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 육류 생산 다국적기업 JBS와 프랑스 낙농업체인 다농 등 기업 15곳이 전 세계 가축의 11.1%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유럽 전체 배출량의 80% 수준에 달한다. 영국 가디언은 “15개 기업을 하나의 국가로 치면 탄소배출량 기준 세계 10위에 오르는 국가가 될 것”이라며 “엑손모빌과 BP 등 석유기업보다 더 많이 탄소를 배출한다는 얘기”라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의 정육점’이라 불리는 JBS는 전 세계에 150개가 넘는 육류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의 대부분을 JBS가 공급한다. 이에 따라 JBS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보고서에 언급된 15개 기업 중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축이 유발하는 연간 탄소배출량만 놓고 보면, 미국 육류 생산업체인 타이슨은 러시아와 맞먹는다. 미국 최대 낙농업협동조합인 ‘데어리 파머스 오브 아메리카(DFA)’는 영국과 비슷한 탄소를 매년 내뿜는다.
최우선적 해법은 ‘공장식 축산’을 손보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은 최소 비용으로 고기와 달걀, 우유 등을 생산하기 위해 동물을 대규모로 밀집 사육하는 비생태적 축산의 형태다. 가축의 분뇨 등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워 탄소배출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장식으로 사육되는 가축의 먹이를 대기 위해 콩 재배 지역을 넓히면서 탄소를 흡수하는 열대 우림 파괴가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기업들이 연간 탄소배출량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보고서도 각 기업의 가축 보유 규모와 육류·유제품 생산량 등을 토대로 탄소배출량을 추산한 것이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탄소배출량을 공개해야 감축 목표량을 설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전 세계 국가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연간 감축 목표를 끌어 올리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보고서에 나오는 15개 기업 중 5곳은 지난 10년 동안 매년 배출량을 늘렸다.
COP27에선 이 같은 기후 악당 기업들에 탄소배출량을 규제하는 각국 정부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은 기업들을 규제하는 대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탄소배출량 감소를 유도하는 중이다. 이에 대해 미국 국가지속가능농업위원회(NSAC)의 캐시 데이 기후정책조정관은 “기업들의 탄소 배출을 규제하지 않는 한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