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태원 참사와 같은 재난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주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4일 “행안부 장관을 단장으로 TF를 만들어 12월 말까지 종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7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TF에서는 긴급구조시스템 개선방안, 재난상황 보고ㆍ통제체계 개선, 인파관리 안전대책 기술 등이 논의된다. 이태원 참사는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국가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의 참사였다. 이번 TF가 단순히 여론 무마용이 아니라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내실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함은 두말할 필요 없다.
그런 점에서 참사와 관련해 안팎의 경질 압박을 받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TF 단장으로 임명한 점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장관은 재난 대응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의 수장이다. 법률적 책임과 별개로 국민들의 안전 확보라는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핵심 인사다. 참사 직후에도 그는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는 책임회피성 말을 하는 등 국민적 공분을 살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윤리적 정당성 문제와 별개로 이 장관이 지휘하는 TF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부실한 참사 대응과 관련해 소방노조는 14일 이 장관을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꼬리 자르기식’ 수사로 경찰, 소방본부 등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장관에 대한 수사는 마땅하다. 경찰이 이 장관의 책임유무에 대해 법리검토에 들어간 만큼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
이처럼 여론과 일선 조직원들로부터 파면선고를 받은 상황인데도 이 장관은 여전히 “현재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이런 인물을 안전시스템 개편 TF의 책임자로까지 앉히겠다는 정부 여당은 도대체 언제까지 국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할 작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