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일 내년 전기요금 인상을 시사했다. 올해 3분기까지 20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의 곳간을 텅 비게 만든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에도 국제 연료 가격 상황이 급격하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며 "내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정부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이 전기료 인상 가능성을 꺼낸 것은 한전이 이날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른 것이다. 한전은 올 3분기 7조5,309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올 3분기까지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51조7,651억 원, 영업 비용 73조5,993억 원으로, 영업 손실은 21조8,342억 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만 놓고 보거나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따져도 모두 역대 가장 큰 적자다. 올 1분기와 2분기 적자는 각각 7조7,869억 원, 6조5,164억 원이었다.
3분기 매출액은 전력 판매량 증가와 전기료 인상으로 6조6,181억 원 늘었지만, 영업 비용 증가분은 27조3,283억 원에 달했다. 3분기까지 쌓인 적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1,240억 원과 비교해 20조7,102억 원이나 늘어났다. 이는 ①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발전량이 증가하고 ②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 가격은 크게 오르고 ③전력도매가격(SMP)이 두 배 이상 상승한 결과라는 것이 한전 설명이다.
앞으로 한전 적자 규모는 더 커져 올해 3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빠르게 오른 국제 에너지 가격이 진정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고, 이런 에너지 가격 폭을 바로 전기료에 반영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비핵심 자산을 팔고, 투자 사업 시기 조정, 전력 공급 비용 관리 강화 등을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총 14조3,000억 원을 아껴 볼 계획이다. 정부는 이르면 올 연말 SMP 상한제를 도입할 예정이고, 내년에 적용할 전기료 중 연료비 조정 단가 및 기준 연료비 등을 킬로와트시(㎾h)당 40~50원까지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관건은 올겨울 LNG 가격이다. 보통 겨울이 낀 4분기와 다음 해 1분기 전력 수요가 많은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매우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전기료 인상 폭은 커질 수 있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전의 사실상 유일한 재정 위기 대응책인 한전채 발행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한전채 발행 한도를 높이기 위해 국회에서 발의된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개정안 세 건을 검토해 조만간 한전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가스공사는 전날 공시를 통해 3분기 '깜짝' 실적을 공개했다. LNG 가격이 크게 올라 적자가 날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매출 10조7,343억 원, 영업 이익 1,434억 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99.8%, 1,73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적자에 해당하는 미수금 부담으로 당기순손실이 2,782억 원으로 집계돼 착시 효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매출이나 영업 이익 증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에너지 수요가 적었던 지난해의 기저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면서 "LNG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 가스 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