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노사 협상 끝에 회사 문을 닫기로 한 계획을 철회하고 사업을 계속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매출 감소를 이유로 11월 30일 사업 종료 및 전 직원 정리 해고를 발표한 지 24일 만이다. 푸르밀을 향해 '방만 경영'으로 쌓인 적자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 목소리가 컸는데, 오너가 뒤늦게 결심하면서 회생의 여지는 남게 된 셈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 노사는 지난달 24일 이후 이달까지 네 차례 진행한 교섭을 통해 직원 30%를 감축하는 대신 회사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사측은 10~14일 5일 동안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신청 인원이 30%에 못 미칠 경우 권고사직을 시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이날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서 "노동조합의 뼈를 깎는 희생과 도움으로 구조조정 합의에 이르렀다"며 "여기에 주주들의 자금 지원으로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고 사업 종료 철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분 60%에 달하는 최대주주인 신준호 푸르밀 전 회장이 사재를 털어 긴급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효유 '비피더스'와 유제품 '가나초코우유' 등으로 유명한 푸르밀은 4년 이상 적자가 누적되면서 사업성이 악화돼 왔다. 급기야 지난달 17일 푸르밀은 정리해고일을 불과 40일 앞두고 노조와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해 위법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31일 진행한 2차 노사 교섭에서 사측은 50% 인원을 감축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상생안이 불발됐다. 이후 노조 측이 30% 인원 감축과 사업종료 철회를 요구했고,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업을 이어가게 됐다.
그러나 푸르밀이 그동안 영업 종료일에 맞춰 모든 업무를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리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먼저 내부 인원을 조정한 후 사업 구조를 슬림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푸르밀 관계자는 "직송 농가를 제외하면 낙농진흥회와 원유 계약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당장 생산을 하려고 해도 원부자재를 구하기 쉽지 않다"며 "여기에 거래선들과의 납품 재개, 대리점 및 직원들과의 신뢰 재형성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사측이 재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 역시 갈 길이 멀다. 우유 소비가 해마다 줄며 시장 규모가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적자를 내는 기업의 인수자를 찾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푸르밀은 앞서 LG생활건강, SPC그룹 등과 인수협상을 추진했지만 낡은 설비와 낮은 사업성 등을 이유로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