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분 있는 피의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수사 편의를 봐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9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장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역임할 당시 평소 친분이 있던 박모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이 합수단으로 넘어오자, 수사 관련 편의를 봐주고 1,093만 원 상당의 금품과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부장검사의 금품수수 혐의는 당초 검찰 수사 단계에서 불거졌지만, 검찰은 "대가성이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고교 동창인 '스폰서' 김모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의 뇌물 관련 수사는 김씨가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2019년 다시 시작됐다. 공수처는 올해 3월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를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1월 공수처 출범 이후 첫 기소 사건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혐의를 부인했다. ①사적인 일로 빌리고 갚은 돈이라 향응 수수가 아니고 ②김 전 부장검사는 금품수수 시점에 예금보험공사로 파견을 갔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공수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김상일 부장판사는 "(두 사람의) 친분 관계와 제공 시기 등에 비춰볼 때 (금품이) 직무에 대한 대가 성격을 갖는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공수처의 '수사 편의 제공' 논리도 인정하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김 전 부장검사는 향응 수수 시점에 예금보험공사에 있었기 때문에 사건 처리에 관한 직접 권한이 없었다"며 "합수단 검사들과 연락은 했지만 '수사 편의를 봐주라'고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검사는 무죄가 선고되자 눈물을 흘렸다. 그는 선고 직후 취재진을 만나 공수처를 비판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진실을 정치적 논리에 따라서 왜곡했다"며 "신설된 조직이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