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래터 전 FIFA 회장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은 잘못”

입력
2022.11.09 01:24
카타르 월드컵 대사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 발언 파문

제프 블래터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2022 월드컵 개최지로 카타르를 선정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털어놨다. 대회 개막을 열흘가량 남겨둔 카타르는 이주 노동자 처우와 성소수자 탄압 등 인권 문제로 연일 비판받고 있다.

블래터 전 회장은 7일(현지시간) 스위스 언론 ‘타케스 안차이거’와 인터뷰에서 “카타르를 개최지로 정한 것은 실수였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타르는 월드컵을 열기엔 너무 작은 나라다. 1954년 스위스 개최 이후 카타르는 규모 면에서 가장 작은 개최국”이라고 강조했다.

20일 개막해 다음 달 18일 폐막하는 이번 대회는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중동에서 열린다. 겨울에 대회가 치러지는 것도 처음이다.

FIFA 집행위원회는 12년 전인 2010년 12월 표결을 거쳐 카타르에 월드컵 개최권을 부여했다. 당시 FIFA를 이끌고 있던 블래터 전 회장은 후보국으로 카타르가 아닌 미국을 지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카타르가 월드컵 유치권을 따낼 수 있었던 건 프랑스 축구 거물인 미셸 플라티니 당시 FIFA 부회장이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 카타르 왕세자였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와 회동한 이후 다른 유럽 출신 FIFA 집행위원 3명과 함께 카타르 지지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블래터 전 회장은 그간 언론을 통해 이러한 의혹을 수차례 제기해 왔다. 프랑스와 스위스 검찰은 카타르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부패 혐의가 있는지를 장기간 조사하고 있다.

블래터 전 회장은 “나는 그 당시 회장으로서 잘못된 결정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카타르에서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투입된 이주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후 2012년 월드컵 개최국 선정 기준을 재정비했다면서 “이제는 사회적 배려와 인권이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개막이 다가오면서 카타르 인권 문제를 둘러싼 비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카타르 당국은 월드컵 기간 동성애를 제한하거나 처벌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FIFA도 경기장에서 성소수자(LGBTQ+)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들고 다닐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칼리드 살만 카타르 월드컵 대사는 독일 공영방송 ZDF에서 8일 방송될 예정이었던 다큐멘터리에서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이라고 주장,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살만 대사는 동성애가 이슬람교에서 금지된 규율인 “하람”에 해당한다면서 “카타르는 동성애 성향의 방문객을 받아들이겠지만 그들은 우리의 규칙을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말했다. 월드컵 조직위원회 대변인은 이러한 혐오 발언이 나오자 인터뷰를 즉시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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