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무죄 취지 두 차례 무시한 군법회의… 검찰총장, 비상상고 제기

입력
2022.11.08 21:40
대법, 두 차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지만
군법회의 "간첩 보고도 피해" 징역 3년 확정
대검 "명예회복과 피해회복 위해 적극 조치"

대검찰청은 8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1978년 옛 군형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군법회의에서 징역 3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육군 일병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판결이 명백하게 법령을 위반한 경우 이를 바로잡기 위해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다시 재판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대검에 따르면, 1978년 10월 육군 7사단 일병이던 A씨는 휴가병 3명을 사살하고 북한으로 탈출을 시도하던 무장간첩 3명에 대한 포획작전에 동원됐다가 적을 보고도 공격을 기피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인 7사단 보통군법회의는 그해 11월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석달 뒤 육군 고등군법회의는 징역 5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이에 A씨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A씨가 고의로 적에게 공격을 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A씨가 특수전투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지형지물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적이 기습한 데다, 이후 소총 사격 등 당시 병사 중 유일하게 대응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고등군법회의는 A씨를 유죄로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사건을 다시 접한 대법원은 재차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환송 후 뚜렷한 새로운 증거도 없이 대법원 판결 취지에 상반하는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을 맡은 고등군법회의는 세 번째 판단에서도 대법원 지적에 대해 법적 논박 없이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으로 가지 않고 그대로 확정됐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으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군인이 대법원에 상고할 권한이 제한돼버렸기 때문이다.

대검은 "고등군법회의는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 아무런 법적 논박도 하지 않고 새로운 증거도 없이 그에 반하는 위법한 판단을 했다"며 "A씨는 위법인 비상계엄으로 인해 상고권이 제한돼 재판청구권을 침해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검찰총장 비상상고를 인용해 A씨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할 경우, A씨는 형사보상 청구 등이 가능하다"며 "향후 형사보상 관련 절차 등에서도 대검은 적극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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