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코'로 주가 올리고 '우영우' 흥행시키고…구현모 KT 대표, 연임 도전 나서

입력
2022.11.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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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임기 마치는 구현모 대표, 연임 공식화
KT 내외부에선 "별 잡음 없이 연임할 것" 전망
통신사에서 디지코 회사로 전환…기업가치도 올려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에 도전한다. 2020년 구 대표 취임 이후 KT는 통신 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는 8일 이사회를 열고 구 대표를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한 우선 심사 대상으로 뽑았다. KT에 따르면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는 구 대표가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밝혔고, KT 이사회는 연임 우선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KT는 현직인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하는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를 꾸렸다. 여기서 적격으로 평가하면 이사회 결정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다음 최고경영자(CEO)로 확정된다.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CEO 후보 인사추천위원회를 새로만들어 CEO 후보자 신청, 추천을 받아 선임 절차를 진행한다. KT CEO 임기는 3년이다.



KT 체질 개선 성과…B2B 경쟁력 커지고 '우영우' 흥행


KT 안팎에선 구 대표가 별다른 저항 없이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취임 후 기업 체질 개선에 일정 성과를 냈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는 취임 초 성장이 정체된 통신 시장에서 경쟁 대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역량을 바탕으로 플랫폼과 기업간거래(B2B) 산업에서 영향력 키우기 전략을 발표했다.

이 기간 동안 KT는 통신 3사 중 가장 높은 이익 성장률을 기록하며, 디지코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구 대표 취임 전인 2019년 KT 연간 영업 이익은 1조1,596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1조6,718억 원으로 44.2% 증가했다.

이날 KT가 발표한 3분기 실적도 역대 3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KT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조4,772억 원, 영업이익 4,529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2%, 18.4%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KT는 3분기 만에 누적 영업이익 1조5,38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2010년 이후 최다 금액이다.

본업인 통신 분야에선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가 꾸준히 늘었고, 새로운 먹거리로 강조하고 있는 미디어·콘텐츠 사업에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 등 흥행 콘텐츠가 나오면서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기업간거래(B2B) 사업에서도 클라우드, 디지털전환(DX) 분야에서 고객사를 늘려나갔다.



주가도 37% 증가…사법 리스크는 걸림돌


구 대표 임기 동안 KT의 기업 가치도 많이 오른 만큼 주주들의 반대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 취임 당시인 2020년 1월 2일 KT 주가는 2만6,700원이었는데, 이날 종가 기준 KT 주가는 3만6,500원이다. 기업 가치가 37% 늘어난 것으로,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성장했다.

다만 사법 리스크는 걸림돌로 꼽힌다. KT 전현직 임직원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관 담당 임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자신 명의로 국회의원을 후원한 혐의를 받는 구 대표는 올 초 벌금 총 1,5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구 대표는 법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된 경위도 몰랐고 이것을 통해서 얻은 이익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KT CEO가 정권의 입김이 작용하는 자리로 여겨진 만큼 새로운 인물이 내려올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KT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지분율 11.23%)이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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