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명운이 걸린 중간선거가 8일(현지시간) 미 전역에서 진행됐다. 공화당이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레임덕이 조기에 시작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앞길은 탄탄해질 전망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비롯해 쟁점 법안 재조정 문제도 도마에 오르게 된다. 반면 민주당이 상원을 지키고 하원에서도 선전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체면치레’를 하면서 남은 대통령 임기 2년간 국정 운영 동력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 하원의원 435명 전원, 주지사 36명 등을 새로 뽑는 이번 선거는 미 동부시간 8일 오전 5시 버몬트주(州)를 시작으로 본투표에 돌입했다. 각 주별로 오후 6~8시 투표가 종료되고 이르면 동부시간 오후 8시(한국시간 9일 오전 10시)부터 개표 결과가 나오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 메릴랜드주를 찾아 중간선거 마지막 지원 유세를 벌였다. 그는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수호하고, 선택하라”며 ‘민주주의 위기’ 프레임을 내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인터뷰에선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공화당이 우리가 한 것을 모두 없애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접전지 오하이오주를 찾아 지원 유세를 펼쳤다. 그는 공화당 선거 승리를 발판 삼아 2024년 대선 도전을 선언할 예정이다.
선거 판세는 공화당에 유리한 상황이다. 미 대통령 4년 임기 중간에 실시되는 중간선거는 거의 대부분 집권 여당 심판 선거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공급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유가를 비롯한 물가가 급상승하면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39%까지 떨어졌다.
미 워싱턴포스트(WP)ㆍABC방송 여론조사에선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응답자의 81%가 경제, 79%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꼽았다. 공화당은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경제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경제 실정론’으로 민주당을 밀어붙였다.
선거 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상원 선거의 경우 공화당 48석, 민주당이 44석을 확보한 상태에서 8석을 두고 접전 중이다. 특히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등 박빙 승부가 이어지는 3곳에서 어느 당이 승기를 잡느냐가 상원 장악의 관건으로 꼽힌다.
하원은 공화당이 과반(218석)을 훌쩍 넘어 222~237석을 확보한 상태로 13~34곳에서 경합 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공화당 하원 승리 가능성은 83%(선거 여론조사 종합 분석 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 집계 기준)로 예측됐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 한국산 전기차 차별 논란이 제기됐던 IRA 법 개정 등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관계나 대북정책은 큰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이번 중간선거가 2024년 대선 전초전 성격도 강했던 만큼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 명분 싸움에서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공식 지지했던 후보들이 속속 생환할 경우 공화당 장악력을 높이고 차기 대선주자로 치고 나갈 수 있게 된다.
다만 민주당 지지자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사전투표에 7일 기준 4,100만 명 이상이 참여해 2018년 중간선거(3,900만 명) 기록을 넘어서면서 민주당 지지층 결집이 판세를 가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