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고강도 감찰을 선언했다. 참사 직전 접수된 112신고 11건 중 4건만 현장 출동해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경찰은 엿새 만에 “사실상 모두 출동한 셈”이라며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현장 경찰관들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다 성난 여론에 발표를 뒤집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청은 7일 낸 ‘언론보도 해명 자료’에서 “당초 11건 중 7건은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됐으나 참사 당일 근무일지와 근무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112신고사건처리표에 ‘상담안내’로 종결 처리한 건은 신고가 있었음에도 출동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소 난해한 경찰청 자료 내용을 풀이하면 이렇다. ①이미 유사한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이 있어 신고자에게 해당 상황을 설명하고 ‘동일’ 건으로 분류했거나 ②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신고자가 이미 떠난 경우엔 ‘상담 안내’ 종결로 기록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상담 안내 종결 7건’은 112신고를 접수한 현장 경찰관들이 통상적 신고 처리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한 결과이지, 출동 의무를 소홀히 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본보 역시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7건은 출동하지 않았다”는 경찰 지휘부 설명의 사실관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경찰, 이태원 참사 '강제수사' 착수... 초점은 ①112신고 묵살 ②용산서·서울청 無대응)
결과적으로 경찰은 일주일도 안 돼 논리를 스스로 거둬들인 꼴이 됐다. 경찰청은 1일 참사 당일 112신고 녹취록을 전격 공개하며 “현장 출동 종결은 11건 중 4건으로 감찰 조사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윤 청장도 “다수의 112신고가 있었는데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면서 강도 높은 조사를 지시했다.
물론 경찰의 붕괴된 지휘보고 체계와 112신고 난맥상이 이번 참사를 유발한 핵심 요인임은 부인할 수 없다. 단 잇단 부실은 현장의 책임이 아니라 대응 적기를 놓치고 오판한 지휘부 과실이 훨씬 크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장 경찰관들의 책임을 부각해 ‘꼬리 자르기’를 하려다 지휘부 동선이 샅샅이 공개돼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자 말을 바꿨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태원파출소 소속 한 경찰관은 “우리에게 한 번만 먼저 물었어도 엉뚱한 설명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해명 이유도 언론 탓을 하는 ‘유체이탈 화법’에 화가 난다”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