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은 '재앙'이다

입력
2022.11.0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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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포브스 '화폐의 추락'

로마제국 폭군의 대명사 네로 황제는 방탕하게 돈을 썼다. 호화 궁정을 짓고, 잔치를 벌이고, 선물을 뿌리기 위해 은화를 찍어냈다. 은이 부족해지자 은화에 구리를 섞었다. 한때 순도 100%였던 은화는 제국 말기에 4%까지 떨어졌다. 군인들이 은화로 월급 받기를 거부하는 등 민심 이반으로 결국 로마는 몰락했다. 인플레이션이 제국을 무너뜨린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러운 경기 변동이라고? 절반밖에 모르는 얘기다. 인플레이션은 시장의 수요ㆍ공급 불균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비화폐적’ 인플레이션과, 정부나 중앙은행 정책으로 인해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화폐적’ 인플레이션으로 나뉜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편집장인 스티브 포브스, 통화정책 전문가 네이선 루이스,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에임스 등은 '화폐의 추락'에서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인플레이션이 ‘나쁜’ 이유는 월급쟁이나 연금생활자 등 서민의 실질소득을 갉아먹는 ‘형벌’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5% 물가 상승은 연봉 5,000만 원의 직장인에겐 250만 원의 감봉과 같다. 생활필수품 가격부터 오르기에 서민과 저소득층은 타격을 입는 반면 돈을 쌓아둔 기업들은 금리 인상으로 더욱 부자가 된다. 인플레이션은 세입을 증가시켜 정부를 배불린다.

긴축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소비로 인해 상승하는 게 아니다. 정부 개입 때문이다. 엄격한 긴축과 규제는 경기 침체를 유발한다. 이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피를 뽑아내던 옛날 의료행위와 비슷하다. 병은 치유될 수 있지만, 환자는 죽는다. 저자들은 통화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깨트린 ‘금 본위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개인들에게는 채권처럼 고정 수익이 나오는 상품을 피하고 고배당 주식, 현금, 금에 관심을 가지라고 제안한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