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패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브라질 대통령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선인에 대한 권력이양 절차 개시를 승인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투표가 끝난 지 45시간 만이다. 그러나 승자에 대한 언급은커녕 대선 패배조차 인정하지 않는 ‘뒤끝’도 보였다.
1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리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정질서를 계속 준수할 것”이라며 “나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자유, 종교자유, 언론자유, 정직함 그리고 우리 국기의 녹색과 황색을 믿는 수백만 브라질 국민의 지도자가 되는 건 영광”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지지해준 유권자 5,800만 명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대선 불복’을 주장하며 현재 전국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평화적인 시위는 언제나 환영이지만 좌파처럼 수시로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오고 갈 권리를 억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의 움직임을 “선거가 이뤄진 과정에 대한 분노와 불의를 뜻하는 것”이라 치켜세우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입을 연 것은 패배가 확정된 지 이틀만의 일이다. 그가 침묵을 지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선거 결과에 불복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그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전자투표 기기 신뢰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꾸준히 부정선거 가능성을 언급한데다, 지난달 2일 대선 1차 투표 직전에는 깨끗한 선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투표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한 탓이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정치적 우군’으로 꼽히던 인사들이 결선 투표가 끝난 직후 룰라 당선인의 승리를 신속히 인정하고, 결과 승복을 압박하면서 백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2분간 진행된 짤막한 연설에서 직접적으로 대선 패배를 시인하는 발언을 하거나 룰라 당선인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신 기자 회견에 동석한 시루 노게이라 대통령 비서실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내년 1월 1일 룰라 당선인의 차기 대통령 취임으로 마무리될 권력 이양 절차의 시작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브라질 대법원 역시 성명을 내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선거결과를 인정하고 권력이양 개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남미 좌파의 대부’ 룰라 당선인에게 1.8%포인트 차로 밀려 연임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