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타행 지급정지 요청을 지연시켜 피해를 키운 신협중앙회에 피해금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1일 금감원에 따르면, 분조위는 지난달 31일 회의를 열고 신협에 총 280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이 타행 지급정지 요청 위반과 관련해 분조위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자 A씨는 지난해 7월 '자녀 사칭'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사기범은 '문화상품권을 사야 하는데, 휴대폰이 수리 중'이라며 자녀를 사칭해 A씨에게 접근했다. 사기범에게 깜빡 속은 A씨는 △신분증 △은행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사기범의 지시에 따라 본인 휴대폰에 원격 제어 프로그램까지 설치했다. 사기범은 곧장 해당 정보를 통해 3,400만 원을 대출받아 A씨 명의의 신협 계좌에 입금했고, 그중 615만 원을 제3자 소유의 B금융회사 계좌로 이체했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A씨가 뒤늦게 신협 콜센터에 신고했지만 어이없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지급정지 요청과 함께 타행 자금이체 여부를 문의했는데, 신협 측은 '피해자가 직접 이체날짜와 이체금액 등을 특정해 요청하는 경우에만 신고할 수 있다'고 대응했다. A씨는 부랴부랴 자금이체 내역을 확인하고 신협에 재차 신고했지만, 그사이 사기범은 100만 원씩 수차례에 걸쳐 돈을 빼돌렸다.
금감원 분조위는 인출된 금액 총 600만 원 중 400만 원에 대한 배상 책임이 신협에 있다고 결정했다. 총 6회의 인출 중 3~6번째 인출은 신협이 타행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400만 원 중 피해자 A씨가 일부 금액을 돌려받은 점을 고려해 배상액은 280만 원으로 결정됐다. 1·2회 인출의 경우에는 피해자 신고 이전에 인출된 금액으로 신협의 책임이 없다고 봤다.
분조위 관계자는 "지급정지 요청에 단순히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만으로는 금융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잘못된 업무매뉴얼로 인해 다른 금융회사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던 점을 크게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