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수습된 뒤 드러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은 참혹했다.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던 골목길엔 구급차 사이렌 소리와 시민들의 울음소리만이 남아 있었다.
30일 새벽 5시 사고 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전날 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던 골목길은 참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경찰 출입 통제선 너머 현장에는 핼러윈 데이를 기념하는 호박과 풍선 등 각종 소품과 신발, 물병, 담배꽁초, 쓰레기 등이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밀려드는 인파에 넘어지면서 벗겨진 신발과 땅에 떨어진 옷가지들은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무기력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골목길과 접한 도로에는 소방당국이 환자들 부상 정도에 따라 사망(검정색), 중상(빨간색), 경상(초록색) 등으로 구분한 응급환자 분류표와 클럽 입장띠, 매니저 명함이 널브러져 있었다.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 김모(26)씨는 "나도 인파에 뒤섞여 있었지만 옆쪽 벽으로 간신히 붙으면서 화를 면할 수 있었다"며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시끄럽고 활기찼던 곳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사고 현장을 떠나지 못하던 20대 남성은 "골목길 난간에 설치된 화분에 휴대폰과 지갑이 놓여 있다"고 경찰에 말해 회수한 뒤 일행들과 함께 서둘러 귀가했다. 그는 참사 당시 난간에 매달려 화를 피했다.
술에 취한 일부 시민들은 취재진과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을 향해 고성을 지르다가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방송 중인 일본 취재진을 향해 "왜 남의 나라 소식을 방송하느냐"며 욕설을 내뱉었다. 어수선한 상황이 진정되자, 출동한 경찰들은 참사 현장 곳곳에 널브러진 피해자들의 유류품들을 살펴보며 조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신분증 등 신원 파악에 필요한 물품을 우선적으로 회수했다.
눈앞에서 끔찍한 사고를 목격한 일부 시민들은 충격을 받은 듯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오열하기도 했다. "사람을 찾아야 한다"며 사고 현장으로 진입하려던 한 시민은 경찰과 소방당국 제지에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사고 현장 인근 건물에선 파란색 천과 모포 등으로 덮힌 희생자들의 시신이 새벽 2시를 넘어서도 계속 나왔다. 20대 여성은 모포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희생자의 머리카락 색깔과 옷차림을 보곤 "내가 아는 사람인 것 같다"며 뒤따라가기도 했다. 3년 만에 찾아온 '노 마스크' 핼러윈 축제는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트라우마를 남긴 채 비극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