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벤처투자... 3분기 투자금, 1년 전보다 40%나 줄었다

입력
2022.10.27 22:00
불확실성·금리 인상 등으로 벤처투자심리 악화
"4분기 투자 실적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올해 3분기 벤처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감소하면서 스타트업계 투자 가뭄이 현실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빠르게 성장했던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분야는 물론, 바이오·의료, 유통·서비스 등 투자도 줄줄이 주저앉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3분기 벤처 투자가 1조2,52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1% 감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세계적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금리 인상 기조의 장기화로 벤처 투자 심리가 나빠진 탓이다.

주요 9개 업종을 살펴보면, 영상·공연·음반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투자가 최대 60%까지 줄었다. 투자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곳은 게임 분야로, 투자금이 3분기 기준 281억 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66.4% 줄었다. 바이오·의료와 유통·서비스 투자가 각각 52.9%씩 줄었고, 전기·기계·장비(-46.9%), ICT서비스(-35.2%) 순으로 투자 감소가 이어졌다. 반면 영상·공연·음반은 코로나19 일상 회복으로 투자가 전년 대비 16.4% 늘어 953억 원에 달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기업 가치가 떨어지고 경기도 불안정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통상 4분기에는 당초 세웠던 투자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 투자금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는데 올해는 섣불리 투자 증가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3분기 누적 투자 '역대 최대'... 주로 '초기 기업'에 몰려


한편 1~3분기 누적으로는 투자금이 5조3,752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투자 건수(4,033건)와 투자를 받은 기업 수(1,917개사) 역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해당 기간 업력 3년 이하의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28.1% 크게 늘었다. 반면 업력 3~7년의 중기 창업기업과 7년 초과의 후기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는 각각 10.4%, 1.7%씩 줄었다. 불황으로 기업들의 가치가 줄줄이 하락하고 있지만 초기 기업은 그나마 가격 협상이 상대적으로 쉽고,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가 커지면서 1~3분기 후속 투자 비중도 전년 대비 0.4% 감소해 71.9%에 그쳤다.

1~3분기 벤처펀드 투자는 민간 부문이 77.8%, 정책금융이 22.2%를 차지했다. 정책금융은 정부 기조에 맞춰 갈수록 비중을 줄이다 보니 1~3분기 누적 투자금이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모태펀드 투자금이 전년 동기 대비 2,440억 원(-22.6%) 줄어 감소폭이 컸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으로 모태자펀드 결성이 활발했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간에서는 개인 출자가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한 1조869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 대비로는 여섯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금융투자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벤처 투자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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