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전기차 바람 타고 질주…LG엔솔·삼성SDI 나란히 최고 성적표 받았다

입력
2022.10.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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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침체에도 4분기 전망 '맑음'
"전기차 수요 탄탄하고 수익성도 높아져"


국내 배터리사들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전기차 시장 확대 바람을 타고 질주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실적을 끌어올린 이들 기업의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까지 높이고 있어 4분기에도 준수한 실적을 낼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26일 나란히 3분기 잠정치 실적을 공시하고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날 실적 발표회를 통해 밝힌 3분기 매출은 7조6,482억 원, 영업이익은 5,219억 원이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9.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삼성SDI 역시 3분기 매출 5조3,680억 원, 영업이익 5,659억 원을 기록하며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까지도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56.05%)과 영업이익(51.51%)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 이상 뛰었고, 무엇보다 영업이익률 또한 10%를 넘긴 점이 특징이다.

다음 달 초 발표될 예정인 SK온의 3분기 실적은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에 못 미칠 전망이지만, 적자 폭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기차 시장 폭발적 성장에 IRA 수혜도 기대


업계에선 K배터리 돌풍이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①주요 고객사들이 전기차 출하량 확대 및 신차 출시에 적극적인 데다 ②원자재 가격이 높아져 단가도 올라갔고 ③달러 강세 역시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배터리사에는 우호적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두 업계는 내년까지의 실적 전망도 밝다고 자신한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이창실 전무는 실적 발표회에서 "하반기 여러 전기차 모델이 출시를 앞두고 있고, 자동차 파우치와 원통형 모두 (주문) 물량이 크게 늘고 있다"며 "신모델 출시와 더불어 소비자 대기 수요(상황도)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4분기 매출액은 3분기 대비 약 10% 안팎의 성장이 예상되고, 내년에도 매출과 손익 모두 올해보다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DI도 프리미엄급 전기차에 들어가는 자동차 배터리 수요가 탄탄하고 P5(Gen.5) 등 고부가 제품 판매를 늘리면서 매출이 증가했다고 자체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이 사업 성장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을 맡고 있는 손미카엘 부사장은 콘퍼런스콜에서 "IRA는 미국의 친환경 정책 가속화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손 부사장은 "친환경차 세제 혜택에서 핵심 광물 조건은 2023년부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의 광물을 활용해 충족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2025년부터는 우려 국가의 광물 사용을 전면 배제하지만 공급처 다변화로 조건을 충족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해외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원재료들의 중국 수입 비중이 여전히 높아 IRA 또한 유리하게만 볼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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