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실리콘밸리서 '열공'... 스타트업에 꽂힌 오너 3세들

입력
2022.10.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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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마케팅 총괄사장은 최근 비공개 일정으로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았다. 한진의 미래 먹거리 발굴 업무를 총괄하는 조 사장은 미래성장전략실 임원과 함께 조용히 현지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난 뒤 돌아갔다고 한다.

조 사장 측 요청으로 만나 면담을 했다는 한 공기업 관계자는 "조 사장이 스타트업 현황과 투자 동향에 대해 물었다"며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있는 것 같진 않았지만 관심이 상당해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진의 신사업 발굴을 책임진 조 사장이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스타트업 업계 현황을 살핀 것은 향후 벤처 투자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리콘밸리를 찾아 현장 학습을 한 조 사장 사례처럼, 미국에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현지 스타트업과의 접촉면을 늘리는 재벌가 3세, 4세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1·2대 경영인들보다 해외 경험이 많고 외국어에 능통한 이들은 스타트업 투자와 각종 협업을 이끌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능력 입증에 나서고 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벤처투자역으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는 고 구자홍 LS그룹 초대 회장의 장남 구본웅씨다. 구씨는 대학 졸업 후 LS그룹에 입사하는 대신 2011년 미국에서 초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포메이션8을 설립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매각된 가상현실(VR) 기기 개발 업체 오큘러스와 쿠팡 등에 투자해 큰 수익을 벌어들이는 등 가시적 성과를 냈다.

GS그룹이 2020년 실리콘밸리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설립한 GS퓨처스를 이끄는 이는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차남 허태홍씨다. 박용만 두산그룹 전 회장의 차남 박재원씨도 2019년 실리콘밸리에서 그룹의 벤처투자사 D20을 설립한 적이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스타트업 투자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취임과 동시에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벤처캐피털(LG테크놀로지벤처스)을 통해 인공지능(AI)·메타버스 등 첨단 기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를 독려 중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이 2019년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으로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있는 실리콘밸리를 찾았을 정도로 관심이 각별하다"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도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원격 의료 스타트업 던(Done.)의 비상근 자문역을 맡고 있다. 최씨는 투자자는 아니지만, 재능기부의 형태로 자문을 한다고 한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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