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한 박사학위·졸업장·자격증으로 기업·공공기관 합격

입력
2022.10.2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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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문서 위조 일당·의뢰인 무더기 검거
졸업증·학위증·자격증 등 12종 문서 위조
위조문서 이용 해외 대학 박사과정 합격
언론사 취업도... 일부는 과시용으로 사용

박사학위와 공무원 합격증 등 각종 공·사문서를 위조한 일당과 위조 서류를 이용해 부정 취업과 진학 등을 시도한 의뢰인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5일 문서 위조 등을 의뢰한 90명과 이들에게 받은 돈을 중국에 있는 총책에게 송금한 알선업자와 현금 인출책 5명을 공·사문서 등 위조·변조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A(50)씨 등은 2020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서 위조 광고 글을 올려 의뢰인을 모집하고, 의뢰비를 중국에 있는 총책에게 송금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결과 위조 조직은 대학 학위증을 비롯해 성적증명서, 졸업증, 외국어 성적표, 가족관계 증명서 등 위조문서 12종을 제작해 주고 5,992만 원을 챙겼다. 이들은 건당 적게는 20만 원에서 많게는 190만 원씩 챙겼다. 가장 비싼 위조 서류는 인증 스티커를 붙인 국내 유명 대학 졸업장이었다.

한국인 B(47)씨와 중국인 C(31)씨는 중국에 머물면서 의뢰받은 문서를 위조해 택배나 이메일 등으로 전송했다. 환전·인출·송금책 5명은 의뢰인에게 받은 돈을 중국으로 송금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와 C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 및 국제 공조수사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의뢰인 90명은 20~50대 한국인으로 총 100건 이상의 위조 서류를 받았다. 이 가운데 24명은 위조문서를 취업이나 유학, 승진을 위해 사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제출했다.

일부 의뢰인은 위조된 해외 음대 석사학위증을 이용해 유럽의 음대 박사학위 과정에 합격하거나, 허위 박사학위증을 제출해 국내 유명 제약회사에 취업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증명서와 성적 증명서를 위조해 언론사에 취업한 피의자도 있었다. 미국회계사(AICPA), 생활체육지도사, 전산응용건축제도 기능사 등 승진과 업무 배정에 필요한 자격증을 위조해 공공기관 취업에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

7년간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자 가짜 합격증을 만들어 부모에게 보여주거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허위 대학 졸업증명서를 보여주며 지인들에게 자랑한 피의자도 있었다. 경찰은 위조문서를 제출해 취업하고 입학한 기업과 대학 등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위조문서가 횡행한 이유는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채용이나 인사 담당자들은 '정부 24 인터넷 발급문서 진위확인 서비스' '한국산업인력공단 자격증 및 확인서 진위확인 서비스' 등을 통해 위조 여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문서 위조는 성실하게 노력하는 수험생과 취업 준비생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불공정하고 비상식적 범행"이라며 "회사와 공공기관, 학교 등에선 위조문서가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진위 여부를 철저히 검증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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