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피해자 유족들에게 국가가 수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송승우)는 지난달 30일 A씨 등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 등은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다. 1950년 6~8월 한국전쟁 발발 전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거나 좌익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비무장 민간인들이 예비 검속된 뒤 집단 총살을 당했다. 예비 검속은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있는 사람을 사전 구금하는 행위로 현재는 금지돼 있다.
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07년 "피해자들은 대부분 좌익사상과 무관했다"며 희생자를 407명으로 결정했다. 가해기관으로는 이승만 정부 지시를 받은 울산경찰서와 육군본부 정보국이 지목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듬해 공식 사과했다.
A씨 등은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6억9,800여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950년 8월부터 계산한 지연손해금도 지급해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원고들이 1기 진실화해위 결과를 알았을 때부터 3년 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피해자들 손을 들어줬다. A씨 등에게 진실화해위 결정 통지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워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희생자와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박탈감과 사회적 낙인 등으로 막대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지연손해금 청구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승태 대법원이 2012년 "불법행위 시점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위자료의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하다면, 지연손해금은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정리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에 근거해 변론이 종결된 8월 26일부터 선고날까지의 지연손해금만 인정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지연손해금 계산 법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고 측 법률대리를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대법원이 민법의 기본 원리를 무너뜨린 법리를 바꿔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