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제빵공장 노동자의 당일 카톡 "치킨 500개 까야... 힘들어 죽겠다"

입력
2022.10.18 11:30
화섬식품노조 SPL지회 "사고 당일 업무에 힘들어해"
"15㎏ 나르고 12시간 맞교대... 항상 위험 도사렸다"
"2인 1조? 안전 생각했다면 3인 1조로 했어야"

"졸려 죽겠다. 내일 롤치킨(샌드위치)에 대비해서 치킨 500개를 까야 한다."

지난 15일 파리바게뜨 빵 재료를 납품하는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를 배합하는 기계에 끼여 숨진 A(23)씨가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친구 B씨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의 일부다. B씨는 힘들게 일하는 A씨의 안전을 걱정하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A씨는 작업 중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

강규형 화섬식품노조 SPL지회장은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은 업무량도 많았고, 전날 했던 물량도 밀려와서 사고자가 업무를 처리하는 데 굉장히 힘들어했다더라"고 사고 당일 업무현장 상황을 전했다.

A씨는 배합기에 식자재 넣는 업무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강 지회장은 해당 업무가 평소에도 상당한 부담이 있는 업무라고 전했다. "(식자재) 15㎏ 통을 계속 받아서 12단으로 쌓아야 된다. 그 무게를 한두 시간도 아니고 11시간씩 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일을 시키는데 힘들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항상 위험이 도사린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업무를 회사에선 '라인을 세워선 안 된다'는 이유로 12시간 맞교대로 운영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휴식도 중간에 15분씩 쉬는데, 중간에 청소도 하면 실질적으로 쉬는 시간은 7∼8분에 그친다"면서 "그날(사고 발생일)은 또 쉬지도 못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 정도로 일의 강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사고 다음날 현장 옆에서 근무시켜... 노동자를 기계로 보는 것 아니냐"

SPC는 17일 허영인 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후 공개된 사측 설명에 따르면 "원래 동료 작업자와 2인 1조 근무를 하는데 다른 근무자가 자리를 비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 쪽에선 "피해자에게 책임 전가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 지회장은 "회사 측에서 말하는 2인 1조는 진정한 2인 1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공정에서 "그럴(동료 작업자가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는 게 (배합기로) 재료도 갖다줘야 될뿐더러 거기에서 배합해서 나온 그 소스 같은 걸 또 옮겨서 (다음 공정으로) 갖다줘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확히 (안전 목적으로) 2인 1조가 되려면 3인 1조가 맞다. 두 사람은 (소스 배합기에서) 받고 넣어주고 하는 개념으로 계속 일을 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거기에 필요한 재료를 공급해 주고, 이런 개념으로 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고 이튿날 사고가 발생한 바로 옆에서 라인을 가동한 것도 지적했다. 강 지회장은 "현장 근무자에게 제보를 받았는데, (회사에서) 개별적으로 연락을 해서 일을 하라고 했다더라"면서 "너무 참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도 당연히 물건도 납품해야 되는 건 맞는데, 납품받는 업체들이 그 일(사고) 때문에 쉬었다고 뭐라고 하겠나"라면서 "(사고 현장 근무자들이) 트라우마도 엄청 컸을 텐데, 회사가 노동자를 감정이 없는 그냥 기계로 보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