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경찰 공상(공무상 재해)보상금 예산 10배 이상 증액'이 당초 추진 계획과 달리 내년도 예산안에 일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윤 대통령의 공약과 관련한 경찰 공상보상금 예산은 올해와 동일한 수준인 3억7,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경찰청에서 밝힌 연도별 공약 추진 계획에는 '2023년 예산안 반영 추진'이라고 명시돼있지만, 실제 증액분은 '0원'으로 드러난 것이다.
해당 공약은 윤 대통령이 사법개혁 일환으로 경찰관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내건 것으로,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14일 열린 사법개혁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경찰 공상보상금 예산을 10배 이상 증액해, 경찰관이 범죄수사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경우 국가가 피해를 전액 보상하고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법 개정 없이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바로 증액이 가능한 공상보상금도 경찰청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기획재정부에 요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상보상금은 △위험직무공상경찰관 특별위로금 △장기투병공상경찰관 위로금으로 분류된다. 이중 특별위로금과 달리 장기투병공상경찰관 위로금은 경찰청 자체 예산으로 집행하기 때문에 법 개정 없이도 증액이 가능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어떤 예산을 증액할지 검토도 해야 하고 왜 증액해야 하는지 논리도 필요해서 (이를 마련하느라) 예산안에 반영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위험직무공상경찰관 특별위로금은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지만, 기재부에서 타 부처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공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게 전망된다.
오 의원은 "경찰청 자체 예산으로도 증액이 가능한 공상보상금도 예산안에 반영조차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처우 개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경찰청장의 장관급 직급 상향과 경찰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약속했지만, 경찰국 설치와 공상경찰관 위로금 공약 후퇴로 되갚았다"라고 지적했다.
경찰청 측은 본보 보도에 "실무자 착오가 있었다"며 "2024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것으로 이행계획을 수립했다"고 재차 입장을 알려왔다. 경찰청은 그러면서도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 단계에 공상보상금 공약 반영을 위해 "경찰청 예산계에서 국회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고 인정했는데, 이는 2024년도 예산에 넣으려 했다는 주장과 다소 배치되는 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