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경 작가가 밝힌 '작은 아씨들' 베트남 전쟁 왜곡 논란 [인터뷰]

입력
2022.10.18 09:25
정서경 작가, 드라마 '작은 아씨들' 종영 인터뷰
베트남 전쟁 왜곡 논란에 내놓은 답변
토론토에서 만난 박찬욱 감독 반응은?


정서경 작가가 영화 '헤어질 결심'에 이어 드라마 '작은 아씨들'로 자신의 색채를 공고히 했다.

지난 17일 정서경 작가는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며 최근 종영한 tvN '작은 아씨들'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거대한 사건에 휩쓸린 이들 자매가 '돈'이라는 인생의 숙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주 관전포인트다.

먼저 정서경 작가는 "정신없이 드라마를 썼다. 잘 마무리됐는지 천천히 생각해보려고 한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생각보다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했다. 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행복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작은 아씨들'은 4회 만에 시청률 7%를 돌파했다. 미스터리 장르 안에서 펼쳐지는 세 자매의 치열한 사투가 신선하게 그려지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12회, 11.1%로 종영했다. 작품의 성과를 정확하게 확인하진 못했다는 정서경 작가는 해외 반응에 대해 신기하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작은 아씨들'은 정서경 작가가 지난 2018년 '마더' 이후 4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작품이다. 자연스럽게 전작과 이번 작품의 비교가 나왔다.

정서경 작가는 원작이 있었던 '마더'와 달리 '작은 아씨들'은 의심으로부터 시작했다. 무조건 펜대를 잡고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과정과 결말을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정서경 작가와 많은 작업을 이어왔던 박찬욱 감독이 먼저 '작은 아씨들' 대본을 달라고 했다는 비하인드가 전해졌다. 정서경 작가는 "예상과 달리 너무 재밌다고 하셨다. 최근 토론토에서 뵈었는데 매번 공개 당일에 챙겨본다더라"고 박찬욱 감독을 언급했다.

그간 다수의 작품을 돌아봤을 때 정서경 작가는 글을 쓸 때 현실과 환상을 골고루 활용하는 편이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우리를 환상으로 이끄는 소재가 있다면 '작은 아씨들'에서는 푸른 난초가 그 역할을 했다. 난초라는 숙제를 안게 된 정서경 작가는 모든 살인 현장에 난초를 뒀다. '셜록홈즈' 등 추리소설에서 좋아했던 전개란다. 살인의 표식처럼 느껴지지만 돈과 권력을 상징하는 욕망의 매개체로 남겼다. 그는 '작은 아씨들'을 집필하면서 주제를 둘러싸고 인물들이 각각 상황을 대변하길 바랐다. 실제로 인물들 모두에게 공감하면서 이야기를 썼고 영화적 문법을 활용했다.

다만 잡음도 있었다. '작은 아씨들'은 베트남 역사를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베트남 넷플릭스에서 삭제됐다. 문제된 대목은 3회와 8회, 베트남 전쟁에 대한 에피소드 때문이다. 극중 주 소재인 정란회를 세운 원기선 장군이 베트남 전쟁 영웅으로 묘사됐던 점, 또 "한국 군인이 베트남 전쟁 영웅이다"라는 대사 등이다.

해당 논란을 두고 정서경 작가는 "우리나라가 베트남 전쟁으로 경제 부흥을 얻었다는 맥락에서 베트남 전쟁을 다루다 보니까 베트남 전쟁에 대한 현지 관점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왜곡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베트남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 반응을 듣고 보니 그럴 수 있었다. 앞으로 이렇게 글로벌 시장에서 드라마를 집필하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세심하게 살펴야겠다"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 고개를 숙였다.

정서경 작가는 이번 드라마에서 속도감을 강조하고 싶었단다. 매 회 걷는 것이 아닌 날아가는 듯한 전개를 선보이고 싶었다는 보람을 담았고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다음 이야기를 더 잘 쓰기 위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매회 확인한다는 정서경 작가는 가장 기억에 남은 반응에 대해 "'미친 드라마'라는 댓글이 기억에 남고 감사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간 정서경 작가는 드라마 '마더'를 비롯해 영화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 색채 강한 여성 캐릭터들을 선보였고 큰 사랑을 받았다. 정서경 작가는 "캐릭터를 구현할 때 이 인물이 어떤 삶의 목표를 갖고 있는지 가장 먼저 생각한다. 생각해보니까 제가 인물을 만들 때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특성을 한 번도 넣지 않았다. 쉽게 좋아할 장면이 없더라. 캐릭터를 만들 때 우리가 좋아하지 않을 장면, 캐릭터의 결함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결함에도 불구하고 사랑 받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를 글을 쓰게 만드는 것은 직업 정신이다. 어느덧 20년차 작가가 됐다는 정서경 작가는 "하루도 일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일하지 않으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직업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살 것"이라고 말했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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