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놓고 신경전이 치열하다. 특히 '비윤계'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당내 견제가 거세다. 당권 도전 의지를 밝힌 김기현, 안철수 의원 이외에 홍준표 대구시장도 '유승민 때리기'에 연일 가세하고 있다. 당권을 넘어 차기 대권 구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주도권 잡기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유 전 의원과 홍 시장이 최근 맞붙은 건 여론조사와 역선택 방지 조항이다. 유 전 의원이 최근 차기 당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자신이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기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자, 홍 시장은 신빙성에 의문을 표하며 힘을 빼고 있다.
지난 16일 홍 시장이 만든 소통 채널 '청년의 꿈'에 한 지지자는 "유승민이 압도적 1위로 나온 여론조사 기관 A와 B는 대표가 한 사람이고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이다. 왜 좌파 여론 조사기관에서 유승민을 1위로 해줄까"라며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균열을 내기 위한 역선택이 의심된다는 취지의 질문을 올렸다. 그러자 홍 시장은 "그게 제대로 된 조사인가"라고 맞장구치며 질문자의 의도에 호응했다.
다른 지지자와의 문답에서도 홍 시장은 역선택 방지 조항의 필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역선택은 경쟁 정당 지지자들이 다른 정당 선거에 조직적으로 일부러 참여해 선거 결과를 왜곡하는 행위를 말한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사이에선 중도층과 민주당 지지층에서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유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역선택 방지 조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홍 시장도 적극 보조를 맞추는 셈이다.
홍 시장이 유 전 의원 저격수로 나선 것을 '말 바꾸기'라고 지적하는 글도 있었다. 이 지지자는 홍 시장이 지난 대선 기간 당원들과의 모임으로 보이는 자리에서 '유승민 후보에 대해 이제 배신자라 그만 부르자'고 언급한 동영상을 올리며 "왜 말을 바꾸시나요"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홍 시장은 "그때는 정권 교체를 해야 되니까 그랬지만 지금까지도 옛날 버릇 그대로라면 용납하기 어렵지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홍 시장의 '유승민 때리기'는 전통 보수진영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지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앞섰지만, 당원 조사에서 밀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에 개혁보수를 자처하며 중도층을 공략하고 나선 유 전 의원과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대권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