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아이브, 어떻게 대세가 됐나

입력
2022.10.17 09:51
트렌디+레트로 융합한 독보적 음악색으로 대중성 확보
MZ세대 공감 높인 가사도 성적으로 직결

데뷔 약 10개월 만에 거둔 성과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룹 아이브가 총성없는 전쟁 중인 4세대 걸그룹 시장에서 독보적 성장세로 입지를 굳히는데 성공했다. 놀라운 연타석 행진 속 이들은 경쟁 무대는 신인 아이돌 시장이 아닌 K팝 시장 전반으로 확대된 지 오래다.

지난해 12월 데뷔 앨범 '일레븐(ELEVEN)'으로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의 행보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데뷔곡으로 팬덤은 물론 대중성까지 잡는데 성공한 아이브는 지상파 3사 트리플 크라운을 포함해 13관왕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이들이 4개월 간격으로 발표한 새 앨범 '러브 다이브(LOVE DIVE)'와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역시 연타석 히트를 기록했다.

아이브는 동명의 타이틀 곡들로 활동 기간 내내 음악 방송 및 음원차트 1위 행진을 이어갔다. 아직 데뷔 채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이들이 음악 방송 35관왕을 기록했다는 점은 이들의 심상치 않은 인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애프터 라이크' 활동을 마무리 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도 여전한 인기와 음악 차트 1위 행진, '일레븐' '러브 다이브'의 음원 차트 상위권 롱런 행보 역시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다.

데뷔 10개월여 만에 3번의 연타석 히트에 성공하며 아이브는 올해의 가장 유력한 신인상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사실 이들이 올 한해 거둔 성과만 놓고 보자면 '올해의 노래' '올해의 가수' 트로피까지 넘본다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다. 과연 현 시점 4세대 걸그룹을 대표하는 걸그룹이라 부를 만한 커리어다.

여느 때보다 치열한 4세대 걸그룹 시장을 뚫고 당당히 '대세' 반열에 몸을 실은 아이브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언급할 수 밖에 없는 건 역시 이들의 음악이다. 데뷔 이후 아이브는 트렌디와 레트로를 적절히 가미한 멜로디에 MZ세대다운 메시지를 담아내며 자신들만의 색깔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1970년대 큰 사랑을 받은 디스코곡인 글로리아 게이너의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를 샘플링 한 '애프터 라이크'는 아이브의 음악색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곡이다. 뉴트로의 힘을 제대로 활용한 아이브의 전략은 아이돌 문화의 주 소비층인 10대는 물론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에 반응한 중장년층 리스너들까지 흡수하는데 기여했다.

반면 가사 속에는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거야" "감히 누가 이렇게 날 설레게 할 줄" "방금 내가 말한 감정/ 감히 의심하지마" 등의 MZ 그 자체의 감성이 범람한다. 자기애, 자신감 등의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든 아이브 식 가사는 젊은 층의 니즈와 맞아 떨어지며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는 곧 팬덤 형성과 성적으로 이어졌다.

데뷔 전부터 아이즈원 활동으로 두터운 팬덤을 형성했던 장원영 안유진이 합류했음에도 두 멤버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멤버 전원이 골고루 주목받을 수 있는 구도를 만든 것 역시 '한 수'였다. 일례로 레이는 '콩순이', 가을은 '가을 선배' 등의 별명으로 입소문을 타며 대중에게 보다 빠르게 얼굴을 알렸고 이는 곧 아이브의 폭발적 성장을 이끄는 시너지로 작용했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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