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문받은 옷, 내일 도착 안 하면 진다"...패션 플랫폼도 '빠른 배송' 전쟁

입력
2022.10.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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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플랫폼, 빠른 배송 도입 후 거래액 ↑
"당일 배송 익숙한 소비자…사흘도 길게 느껴"
수요 예측으로 시간 단축…택배사와 협업도


"사흘도 길어요. 당일 배송에 익숙해진 고객은 당장 입을 옷이 아니어도 일주일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최근 한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다음 날 도착하는 빠른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토로했다. 신선도가 생명인 식품뿐 아니라 옷도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가 요즘 고객들이 구매를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자상거래(e커머스) 중심으로 치열하게 펼쳐졌던 빠른 배송 경쟁이 이번엔 패션 플랫폼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업체마다 자신들만의 시스템을 만들고 빠른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관련 거래액 규모도 커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2019년 업계에서 가장 먼저 '하루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패션 플랫폼 브랜디는 3년 만에 연간 거래액이 500% 성장했다. 하루 배송은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빠른 배송 서비스인데, 서울은 주문 당일 받는 '저녁 도착'도 가능하다.

후발 주자인 지그재그, 에이블리의 경우 지난달 빠른 배송을 이용한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각각 219%, 150% 증가했다. 특히 에이블리는 이 기간 빠른 배송 관련 키워드 검색량도 늘었는데, '샥출발'은 80%, '샥배송'은 78%까지 치솟았다. 고객이 쇼핑을 하기 전 먼저 빠른 배송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의미다.



패션 플랫폼 3사, 배송시간 어떻게 줄였나 보니


패션 플랫폼마다 전략도 각양각색이다. 먼저 ①에이블리는 리뷰 약 3,500만 개, 상품 찜(고객이 관심을 표한 상품) 8억 개 등 앱에 쌓인 빅데이터를 통해 판매 수요를 내다본다. 7월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67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사용자를 많이 확보해 데이터를 빠르게 쌓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빠른 배송이 가능하려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판매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필수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판매량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을 미리 확보해 배송 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예측이 정확해야 재고를 덜고 물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②브랜디는 판매 수요 예측에서 나아가 지난해 동대문 풀필먼트 통합 관리 시스템 'FMS'를 개발해 물류 동선도 단축시켰다. 'FMS'는 판매자가 플랫폼에 상품을 올리면 자동으로 주문 취합부터 사입, 적재, 보관 등 모든 과정을 통합·처리할 수 있다. 판매자가 일일이 손으로 하던 업무를 한 번에 데이터로 처리하니 주문이 들어온 뒤 상품 매입 전까지 시간이 70%가량 줄었다고 한다.

직원들이 발품을 팔아 재고율을 줄이는 노력도 눈에 띈다. 전담 사입(상거래를 목적으로 제품 구입)팀이 수요 데이터에 따라 하루 최소 다섯 번씩 도매상으로부터 상품을 선입고해 재고율을 크게 줄였다. 브랜디 관계자는 "미리 많이 사 두지 않고 그때그때 수요에 맞춰 사들이다 보니 출고율을 90% 이상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③지그재그는 택배업체와 손을 잡았다. 지난해 6월부터 CJ대한통운과 협업해 다음 날 배송이 가능한 빠른 배송 서비스인 '직진 배송'을 선보였다. 각 판매자가 직진 배송으로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에 한해 CJ대한통운의 메가허브 센터로 상품을 입고하면, 주문이 들어왔을 때 다음 날 배송하는 구조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판매자들은 주로 고객 반응을 살펴보고 싶은 신상품이나 리뷰 수를 빠르게 늘리고 싶은 상품을 직진 배송 한다"며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데다 소비자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판매자들도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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