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재계의 대화를 진행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김문수 위원장에 대해 민주노총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가운데 한국노총 역시 계속되는 정치적 발언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보였다.
13일 YTN 라디오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한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과거 '반노동' 발언 논란과, 최근 이어지는 정치적 발언 등에 대해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사퇴하라는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면서 "이렇게 자꾸 반복되면 한국노총의 선택지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에 봉착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사노위 위원장은 첨예하게 대립되는 현안에 대해서 노사 간 대화를 이끌어내고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해야 되는 자리인데, 자꾸 갈등만 일으키고 있다. 자기 정치를 하고 싶으신 건가 이런 생각도 든다"면서 "정치를 하려면 국회의원을 하든가 당에 가서 일을 해야 될 건데 경사노위 위원장으로서 적합한 발언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인사차 한국노총을 방문해 "한국 건국과 산업발전, 민주주의 주역"이라고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노총에 대해 내놓았던 '머리부터 세탁해야 한다' '김정은 기쁨조' 등의 과거 강경 발언은 "무조건적으로 사과하고 싶다" "맥락을 봐야 한다"는 등의 입장을 보였다. 이 대변인은 "한국노총, 민주노총을 떠나서 이렇게 노동계를 갈라치기, 이간질하는 행위로 봐서 경사노위 위원장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견해를 내놨다.
한편 일찌감치 김 위원장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려 놓은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이 취임 인사차 만나자고 요청했지만 만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다.
앞서 김 위원장은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노총의 산별위원장과 만찬해서 허심탄회하게 협력할 수 있는 얘기했다"면서 민주노총과도 소통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16개 산별노조 위원장 모두에게 확인했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양 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민주노총에 110만 조합원이 있고 대표자도 6,000여 명 정도가 있는데 그중의 한 분을 만난 듯하다"면서 "민주노총과 공식적 만남이거나 주요한 의제를 논의한 자리도 아니었는데, 마치 자기가 노동계 인사하고 민주노총과도 나쁘지 않다, 이런 것들을 과시하기 위해서 과대하고 확장하고 포장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김문수 위원장이 "지난주에 만남 의사를 타진해 왔고,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만날 것인지 내부 논의를 하는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이) 이런 식으로 막말을 쏟아내고 있는 지금 시기에 민주노총이 같이 만나서 유의미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오히려 김문수 위원장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하는 그런 자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