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견제 조치로 미국 시장 내 중국산 통신 장비 점유율이 약 5년 만에 10%대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미국 주도의 신통상체제와 통신(5G)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 통신장비 점유율은 2018년 49.2%로 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24.5%, 올해 상반기 19.0%까지 하락했다.
중국의 통신장비 수출은 2012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520억 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찍었지만,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세계 시장에서도 비중이 줄어들었다. 세계 통신장비 수입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40.1%에서 2018년 44.7%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39.2%까지 5.5%포인트(p) 감소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중국 견제 조치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은 5세대(5G) 이동통신 산업의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중국 대표 정보통신기술(IT) 기업인 화웨이를 대상으로 전방위적 제재를 가했다. 화웨이의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은 2019년 삼성전자에 이어 17.6%를 기록하며 2위로 뛰어올랐지만, 미국 제재 이후 지난해 3%대로 감소하며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중국 스마트폰 업계 강자였던 화웨이의 빈 자리는 샤오미, 오포 등 다른 중국 기업과 애플이 차지하며 반사 이익을 얻었다. 샤오미의 점유율은 2019년 9.2%에서 지난해 14.1%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오포는 8.3%에서 9.9%, 비보는 3% 미만에서 9.5%, 애플은 13.9%에서 17.4%로 올랐다. 세계 1위 삼성은 21.6%에서 20.1%로 소폭 하락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제재가 우리 기업들에 뚜렷한 반사 이익을 가져오진 않았지만, 앞으로 해외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은 최근 미국 디시네트워크와 컴캐스트, 인도 에어텔, 캐나다 텔러스·새스크텔, 영국 보다폰 등으로 수주 대상을 확대하고 있고, 최근 에릭슨, 노키아 등 해외 대형 벤더가 대중 제재로 인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국내 제조사에 납품을 의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통신장비 수출은 2015년 13억7,000만 달러 규모에서 2019년 7억7,000만 달러로 줄었다가 점차 회복돼 지난해 다시 10억 달러대로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