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 '골프 황제' 우즈보다 빨랐다...3개월 먼저 21세 이전 2승

입력
2022.10.10 16:03
1면

불과 두 달 전까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임시 회원에 불과했던 약관의 골퍼가 벌써 전설과 비견되는 길을 걷고 있다.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PGA 투어 사상 최초의 2000년대생 우승자로 이름을 남긴 데 이어 2개월 만에 또 정상에 올랐다.

PGA 투어에서 21세가 되기 전에 2승을 올린 선수는 1996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김주형이 처음이다. 2승 달성 시기로 보면 김주형이 20세 3개월로 우즈(20세 9개월)보다도 빨랐다.

김주형은 10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 서머린(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총상금 800만 달러)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쳐 최종 합계 24언더파 260타로 우승했다. 공동 2위 패트릭 캔틀레이, 매슈 니스미스(이상 미국)와는 3타 차다. 2022~23시즌 처음 출전한 대회부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그는 상금 144만 달러(약 20억 원)를 받았다.

김주형은 2개월 사이 PGA 투어 판을 흔들 만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2021~22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2000년 이후 출생한 선수 중 처음으로 PGA 투어 우승, 역대 두 번째 최연소 우승 기록을 썼다. 9월에는 ‘별들의 잔치’로 불리는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의 대항전 프레지던츠컵에서 인상적인 활약과 패기 넘치는 세리머니로 세계 골프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022~23시즌 처음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는 72홀 동안 단 하나의 보기도 범하지 않고 정상에 오르는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72홀 노보기’ 우승은 1974년 리 트레비노(미국), 2019년 J.T 포스턴(미국)에 이어 김주형이 세 번째다. 아울러 1932년 랠프 건달(미국), 1996년 우즈 다음으로 21세 이전에 2승 이상을 거둔 선수가 됐다.

김주형은 세계랭킹 4위 캔틀레이와 챔피언조 맞대결에서 스무 살답지 않은 안정감을 보였다.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해 17번 홀까지 24언더파로 평행선을 달리다가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극적으로 정상에 올랐다. 먼저 캔틀레이가 날린 티샷은 페어웨이를 한참 벗어난 황무지에 떨어졌다. 덤불 사이에 놓인 공을 한 번에 빼내지 못했고, 네 번째 샷은 연못에 풍덩 빠졌다. 캔틀레이가 트리플 보기로 고전하자 우승을 짐작한 김주형은 미소를 지었다. 이후 침착하게 파 퍼트에 성공, 승부를 마무리했다.

2승 고지를 밟은 김주형은 PGA 투어 공식 회견에서 “몇 달 전만 해도 PGA 투어 정식 회원이 아니었는데 벌써 두 번 우승했다”며 “우상인 우즈와 비교되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영광이고, 꿈이 현실이 되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우즈와 비교하는 질문에는 “아직 가다듬어야 할 게 많다”면서 “우즈, 로리 매킬로이(영국), 저스틴 토마스(미국) 등에 비하면 이제 시작”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김주형은 겸손했지만 외신은 우즈와 비교하며 극찬했다. PGA 투어 홈페이지는 “우즈를 보는 것 같다”며 “톰 김(김주형의 영어 이름) 기차가 슈퍼스타로 직행하는 급행열차가 됐다”고 표현했다. 어릴 때부터 TV 만화 ‘꼬마기관차 토마스’를 좋아해 김주형은 영어 이름을 ‘톰’으로 지었다. 영국 가디언은 “떠오르는 골프 스타 톰 김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평했고, 미국 골프닷컴은 “톰 김의 전설은 계속된다. 캔틀레이가 실수하는 사이 새로운 스타가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번 시즌 PGA 투어에 데뷔한 김성현(24)은 1번 홀(파4)에서 102야드짜리 샷 이글을 잡아내는 등 5타를 줄여 공동 4위(20언더파 264타)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임성재(24)는 7위(19언더파 265타), 김시우는 공동 8위(18언더파 266타)에 자리했다. PGA 투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을 포함해 4명이나 톱10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지섭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