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사상 첫 ‘쌍둥이 감독’ 맞대결의 승자는 동생이었다.
조동현(46)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모비스는 7일 경남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MG새마을금고 KBL(한국농구연맹) 컵대회 준결승전에서 조상현(46) 감독의 창원 LG를 82-78로 꺾었다. 이로써 현대모비스는 고양 캐롯을 88-83으로 따돌린 수원 KT와 8일 결승에서 격돌한다.
이날 두 팀의 승부는 쌍둥이 감독의 첫 지략 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다. 1990년대 후반 연세대에서 농구대잔치 흥행을 이끌었던 형제는 올해 나란히 새 사령탑에 선임됐다. 5분 먼저 태어난 형 조상현 감독이 4월, 동생 조동현 감독은 6월에 각각 LG, 현대모비스 지휘봉을 잡았다.
쌍둥이 감독은 맞대결을 앞두고 선수 시절부터 지속된 워낙 익숙한 대결 구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4쿼터 막판까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경기 종료 3분35초 전까지 69-74로 끌려가던 현대모비스는 필리핀 출신 론제이 아바리엔토스가 연속 5점을 퍼부어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LG가 서민수의 2점으로 앞서가자, 현대모비스는 이우석이 역전 3점포를 꽂았다. 1, 2점 차 리드를 지켜가던 현대모비스는 막판에 LG 이관희, 단테 커닝햄의 3점슛 시도가 잇달아 빗나가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프로 첫 지략 대결을 마친 두 감독은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며 포옹했다. 조동현 감독은 “둘 다 정규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기를 재미 있게 했다”며 “LG를 상대로 우리 팀의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 (조상현 감독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상현 감독 역시 “좋은 승부였다”면서 “평생 듣던 형제 대결이라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감독은 승부를 봐야 하는 자리, 성과를 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우리 팀이 더 발전하는데 초점을 맞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령탑들은 서로를 의식하지 않았다지만 선수들은 나름 형제 대결을 의식했다. 조별 예선에서 조상현 감독은 2전 전승을 거뒀고, 조동현 감독은 1승(1패)만 거뒀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이우석은 이날 경기에 앞서 “조상현 감독님이 2승을 가져가는 것을 보고 우리 감독님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반드시 이겨서 우리 감독님 기를 살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이우석은 승부처에서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 3점슛 포함, 13점 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조동현 감독에게 승리를 안겼다. 그는 “미션을 달성했다. 그런데 감독님 기분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