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조선의 4번 타자…전설로 남는 이대호

입력
2022.10.07 15:15
20면

이대호(40·롯데)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그를 떠나 보내는 부산 사직구장 곳곳에는 ‘조선의 4번 타자’ ‘거인의 자존심’ ‘자이언츠의 영원한 10번’ 세 문구가 새겨진 응원 수건이 나부낀다. 그의 등번호 ‘10번’도 고(故) 최동원의 '11번' 옆에 나란히 새겨진다.

이대호가 8일 LG와 부산 홈 경기를 마지막으로 22년 간의 프로 생활을 마감한다. 올스타전부터 시작된 은퇴 투어도 안방에서 종지부를 찍고 정든 그라운드와 작별한다. 불혹의 나이에도 눈부신 성적을 내 은퇴가 아깝다는 얘기도 시즌 내내 나왔지만 박수 받을 때 떠나겠다는 이대호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대호는 두말할 필요 없는 프로야구 최고 선수 중 한 명이다. 은퇴 시즌에도 141경기에 나가 타율 0.332(4위) 23홈런(공동 5위) 100타점(공동 4위) 178안타(3위)를 기록했다. 롯데에서만 17년을 뛰며 통산 타율 0.309에 374홈런 1,424타점 2,198안타의 성적을 남겼다. 또 한미일 통산 2,894안타는 KBO리그 출신 선수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대호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시즌은 2010년이다. 당시 도루를 제외한 공격 타이틀을 모두 쓸어 담아 프로야구 최초의 타격 7관왕을 달성했고, 세계 기록인 9경기 연속 홈런포도 쏘아 올렸다.

2011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대호는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와 계약하며 해외 무대로 향했고, 2014년과 2015년엔 소프트뱅크에서 일본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특히 2015년 우승 당시엔 한국인 최초로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일본프로야구를 정복한 이대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이듬해 메이저리그 시애틀에 입단해 타율 0.253에 14홈런, 49타점을 기록했다. 상대의 우완 선발투수가 나오면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는 플래툰 시스템 속에서도 방망이는 매섭게 돌았다.

일본과 미국을 거쳐 이대호는 2017년 1월 친정 롯데로 유턴했다. 롯데는 당시 역대 최고액인 4년 150억원을 이대호에게 안겼다. 고향팀에 돌아온 이대호는 “우승 트로피에 소주 한잔 받고 싶다”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염원했다. 하지만 복귀 첫해인 2017년을 제외하고는 ‘가을야구’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비록 롯데팬들의 숙원을 풀어주진 못했지만 그는 국가대표로도 수 차례 국위 선양에 나서 야구팬들의 축하 속에 떠날 자격을 갖췄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 프리미어12 우승 등으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였다. 그래서 생긴 별명도 ‘조선의 4번 타자’다.

구도(球都) 부산은 ‘선수 이대호’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팬들의 발걸음으로 벌써부터 분주하다. 8일 경기 티켓은 예매 시작과 함께 매진됐다. 은퇴 투어를 돌며 눈시울을 자주 붉혔던 이대호는 만원 관중 앞에서 또 한번 뜨거운 눈물을 흘릴 일만 남았다.

김지섭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