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고 해서 불안했는데 생전 처음 듣는 큰 폭음 소리에 전쟁이라도 발생한 줄 알았다니까요."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군이 4일 밤 발사한 현무-2C 미사일 1발이 낙탄하면서 강원 강릉 주민들은 밤새 공포에 떨어야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폭발소리와 화염의 원인을 모른 채 밤을 새워야 했던 주민들은 군 당국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강릉 주민들에 따르면 공군 제18전투비행단 인근에서 4일 오후 11시부터 5일 오전 1시 30분까지 큰 불길과 연기가 이어졌고, 큰 폭발음까지 수차례 들렸다. 하늘에선 불꽃 섬광도 목격됐다. 강릉 한 주민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집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엄청난 폭발소리가 난 뒤 집까지 흔들렸다"며 "왜 그런지 몰라 밤새 가족들과 공포에 떨었다"고 말했다.
강릉 지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도 목격담과 사진, 영상이 올라오면서 불안감은 더욱 확산했다. SNS상에는 "군부대에서 그동안 이 정도 훈련을 한 적이 없다. 전쟁 난 것 아니냐", "폭탄이 터진 것 같아 정말 무서웠다"는 글도 올라왔다. 일부 주민들은 불기둥이 100m까지 치솟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소방당국에도 전날 밤 11시쯤부터 "폭발소리가 난다" "비행기가 추락한 것 같다"는 등 관련 신고가 10건 넘게 접수됐다. 첫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군 부대 훈련 중 발생한 일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복귀했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이 폭발음과 화염의 정확한 원인을 알게 된 시점은 이날 오전 7시쯤이다. 합동참모본부가 전날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우리 군과 미군에서 합동으로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다.
그러자 지역 주민들은 군 당국과 강릉시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강릉 시내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 주민은 이날 "심야에 전쟁을 방불케 한 폭발음이 들렸는데 행정당국에선 '훈련 중'이란 말만 반복하고, 그 흔한 재난안전문자 하나 없었다"며 "군부대에서도 아무 안내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 당국은 정확한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릉이 지역구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국민 혈세로 운용되는 병기(兵器)가 오히려 국민을 위협할 뻔했다"며 "낙탄 경위에 대해 철저한 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