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심야 택시난' 해소를 위해 심야 시간대(오후 10시~오전 3시) 호출료를 최대 5,000원까지 올리는 등 택시의 수요·공급 확대 대책을 4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T블루 같은 '가맹택시'는 최대 호출료를 5,000원, 개인·법인 택시가 카카오T나 우티(UT) 같은 택시 호출 플랫폼만 사용하는 '중개택시'는 4,000원씩 인상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법인택시 회사 취업 절차 간소화, 심야 파트타임 근무 허용 등도 도입한다. 최근 배달·택배업으로 이탈해 확 줄어든 택시기사 수를 되돌리려는 목적이다.
다만 정부에선 오는 12월 서울시의 택시 심야할증 요금 인상, 내년 2월부턴 택시 기본요금 인상이 적용되기 때문에 국민 부담과 택시 수급 상황을 분석, 호출료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택시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원 장관은 "최저생계 수준에도 못 미치는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며 "심야 호출료는 대부분이 기사들에게 배분되도록 함으로써 열악한 임금수준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택시노동조합은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성한 전국택시노동조합 사무처장은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가맹택시는 20%에 불과하고, 대다수가 중개택시"라며 "현재 가맹택시 경우 택시회사와 플랫폼 업체가 (호출료를) 5대 5로 배분하고 있지만, 법인택시 노동자들에겐 호출료가 배분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법인택시의 경우 호출료가 택시회사로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김 사무처장은 호출료 인상분이 "택시기사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배분될 것인지 궁금하다"면서 "또 (호출료 인상에 따른) 요금인상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납금 인상이라든가, 혹은 기존 사납금 폐해로 지적돼 왔던 사납금 미달의 경우 급여 삭감하는 문제들은 해결이 되는 것인지 법인택시 기사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납금 제도의 경우 법인택시 기사가 회사에 납부하는 당일 소득의 일부를 말하지만, 현행법에선 불법이다. 현재 여러 법인택시 회사들이 전액관리제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택시회사가 기준 운송 수입금을 정해두고 받고 있어 사납금 제도와 달라진 게 없다는 성토가 나오는 이유다.
김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 심야시간대 한정된 호출료 인상에 대해 "이것만으로 수입증가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 심야에 택시기사를 끌어들일 유인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택시기사를 늘리기 위해 취업절차 간소화, 파트타임 근로 허용 방안도 도입하기로 했다. 법인택시 기사 지원자에게 범죄 경력 조회 등 필요한 절차만 이행하면 즉시 택시 운전이 가능한 임시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또 택시운전자격 보유자(범죄경력 조회 완료자)가 희망할 경우 파트타임 근로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사무총장은 심야시간 파트타임 방안 도입에 대해 "현대판 '택시 노예제'"라며 "저희들은 찬성할 수 없다"고 반기를 들었다. 파트타임으로 심야 운행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보통 도급택시로 운행시키는 사례가 성행할 것으로 보여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도급택시라는 건 최저임금도 한 푼 없이 사업주가 책정하는 도급료만 내고 유류비를 비롯해 사고비, 보험료, 차량수리비, 세차비 등 운송 비용을 전부 파트타임 기사 혹은 도급기사에게 부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트타임 길을 열어주면 '도급택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그래서 도급택시는 현행법상 금지돼 면허취소나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있다"며 "심야에 그동안 택시사고나 흉악범죄, 성범죄 같은 사건 사고를 많이 야기했기 때문에 도급택시는 흔히 거리를 달리는 흉기로 지적될 정도로 문제가 있어서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국토부가 이런 것들을 허용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어서 택시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은 안중에도 없고, 택시회사 사장들이 그냥 주장하는 내용을 대변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